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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는 '리틀 롯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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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하면 부산 아입니까. 우리가 할끼라예. "

대통령배 고교야구 2회전에 오른 부산고 선수들의 각오가 매섭다. 연고지 프로야구팀 롯데가 2승16패2무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존심'이 상한 듯 자신들이 대신 부산 야구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려서부터 사직구장을 즐겨 찾았던 이들에게 롯데는 야구의 꿈을 키워준 팀이었다. 게다가 선수 5명의 아버지가 롯데에서 선수 또는 코치로 활약했거나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롯데 패밀리'다. '리틀 롯데' 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우익수 조찬희(3학년)의 아버지는 롯데 중견수 출신으로 현재 부산고 감독을 맡고 있는 조성옥(42)씨다. 조감독은 지난 28일 신일고와의 1회전에서 아들이 첫 타석 삼진을 당하자 가차없이 빼버렸다.

조감독은 "아들이라고 봐줄 수는 없다. 야구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조찬희는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한번도 아버지로부터 직접 야구를 배운 적이 없다.

"야구는 자기 팀의 감독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게 제 철칙입니다.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거들면 일관성있는 지도가 어렵기 때문이죠."

중견수 정의윤(2학년)의 아버지는 지난해 가을까지 롯데 배터리 코치를 지냈던 정인교(46)씨다. 정의윤은 최근에는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1학년 때 벌써 3번타자를 맡았을 만큼 배팅에 소질이 있는 선수다. 정인교 전 코치와 조성옥 감독은 부산고 4년 선후배 사이다.

3루수 손용석(1학년)의 아버지 손경구(48)씨도 '롯데인'이다. 손씨는 롯데 선수단 감독과 주전들이 타는 1호 버스를 14년째 몰고 있다. 손씨는 조감독이 현역 선수였을 때는 "조서방"하고 별명을 불렀으나 지금은 아들을 맡긴 죄(?)로 깍듯이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유격수 유재준(3학년).투수 유재신(1학년) 형제는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떠뜨려 롯데에 우승컵을 안기며 최우수선수에 올랐던 유두열(47)씨의 아들이다. 유씨는 현재 한화 코치로 일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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