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에 보람을 찾아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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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맹자는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을 인생의 큰 즐거움의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찌된 일인지 이같은 즐거움을 마다하고 교직을 떠나려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 같다.
더구나 사범대학을 나온 교사들이 일반대학출신자들 보다 이직(이직)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한 일선 장학사의 조사결과는 사뭇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교사가 되겠다고 사범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이 진실로 「스승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집안 형편, 또는 학업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택하다 보니 자신의 적성이나 포부와는 관계없이 진학했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교육계가 스승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있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오랜 경력을 가진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직도 『수업이 교사자신의 개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예술 창조』라는 긍지를 갖고 수업보다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잡무와 학교장·장학사 등 상부의 지시나 지나친 간섭, 밑바닥을 맴도는 봉급과 사회적 지위 등의 불만요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가 말해주듯 푸른 꿈을 안고 교만에 선 초임교사들은 1년도 채 못돼 쌓이는 불만으로 좌절을 맛보고 「성스러운 교사의 상」을 스스로 깨어버린 채 뛰쳐나가거나 아니면 단순한 샐러리맨으로 탈바꿈하여 안주하고 마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에 일반대학 출신자들이 교직을 많이 택하고, 정작 교육에 몸담아야할 사범대학 출신자들이 반대로 교단을 떠나려는 풍토는 마치 물이 거꾸로 흘러가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올해를 「교권확립의 해」로 내세운 문교당국은 모름지기 교사들의 잃어버린 즐거움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앞장서야 할 것이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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