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맨더링 못하게 … 선거구 획정, 선관위에 위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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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위원장 김문수·이하 혁신위)가 ‘게리맨더링’ 차단에 나선다.

 게리맨더링은 ‘기형적 선거구획정’을 뜻한다. 매번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논란을 빚어온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국회가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면 게리맨더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혁신위의 판단이다.

2012년 경남 하동군 출신 여상규 의원(왼쪽)이 주성영 정치개혁 특위 여당 간사를 붙잡고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획정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익명을 원한 혁신위 관계자는 21일 “선거구 획정을 당사자인 국회가 아닌 선관위가 주도하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혁신위의 주요한 과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매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새로 조정해 왔다. 여야가 서로 다투다가도 의원들의 이해가 일치하는 선거구를 획정할 땐 기형적 타협안을 도출해 내곤 했다.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연 2012년 선거구 획정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당시 인구가 많았던 경기도 파주(37만여 명)를 포함, 강원도 원주와 세종시 선거구를 분구 혹은 신설키로 했다. 대신 경남 남해-하동과 전남 담양-곡성-구례는 다른 선거구와 합쳐서 299석이던 의석수를 1석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맞추려다 보니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 경기도의 용인 기흥, 용인 수지, 이천·여주, 수원 권선 같은 지역의 경우 미봉책으로 해당 선거구 내의 일부 지역을 옆 선거구에 편입시켜 인구과밀지역으로 선정되는 걸 피했다.

 용인 기흥구의 마북·동백동은 농촌지역이 많은 처인구로 편입돼 주민들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였고, 여주시도 양평·가평으로 이유 없이 편입돼 주민들이 반발했으며, 수원 권선구에선 동네 하나(서둔동)를 떼어 인근 팔달구로 보내는 바람에 ‘누더기 선거구’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매번 총선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고 있는 이유는 이해당사자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위엔 법조계·학계·언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있지만 이들의 결정은 참고 정도에 그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게리맨더링’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1만 명 이상 늘어났으나 국회의원은 25명으로 호남(30명)보다 적어 선거구 획정 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제에 선거구 획정을 당사자인 국회 정개특위가 맡기보다 선관위에 맡겨야 한다는 게 혁신위의 생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 문제는 늘 여론의 극심한 비판을 받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다 흐지부지돼 왔다”며 “정치권이 선관위에 맡기기로 결정하면 선관위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선거구를 획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멋대로 선거구를 정하는 것.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나눴는데, 그 모양이 샐러맨더(salamander·도롱뇽)와 닮은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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