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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성향을 뭐라 할 순 없지만 동성 결혼 수용은 교회 한계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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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티칸에서 5~19일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20일 귀국한 강우일(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사진) 주교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은 타고난 성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거다. (동성애자도)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다. 그들을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되며 교회 식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전제한 뒤 그는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은 동성애에 대한 환영이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교회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논의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강 주교는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보면 동성애적 성향과 동성애자 간의 결혼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교회는 동성애자 간의 결혼은 결혼으로 볼 수가 없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함께하는 거다. 동성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건 아이가 인간으로서 정당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를 빼앗는 거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 엄마 젖을 먹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인간관계를 배워간다.”

  동성애에 대한 내용은 이혼이나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문제와 함께 최종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문제에 주교들의 반 이상이 찬성했지만, 공식 문서 채택 요건인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강 주교는 “최종 문서에서 제외됐다고 논의에서 배제된 건 아니다. 발표에서는 제외될지 몰라도 교황에게는 모든 논의 내용이 보고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모든 내용이 지역 교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를 대하는 자세는 이전 교황들과 달랐다. 주교들이 모두 착석한 뒤에 입장한 게 아니라 10분 먼저 와서 참석자들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토록 했다. 시노드를 시작할 때 교황은 “여기는 품위 있게 미사여구를 말하는 수사학이나 지식의 경연장이 아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걸 분명하 게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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