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채권단 자율협약 막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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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부도 위기를 맞은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체결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채권단과 동부그룹이 자율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야당은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왔다.

동부제철 대주주인 김준기 회장 일가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재 출연 등 노력을 하면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된 뒤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는 규정 때문이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 일가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다”며 “사재 출연도 하지 않은 대주주 일가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해주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채권단은 이달 2일 동부제철에 ▶신규자금 6000억원을 투입하고 ▶채무상환을 유예하는 대신 ▶대주주 일가의 보유한 지분을 100대 1의 비율로 차등 감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감자가 이뤄지면 김 회장은 경영권을 잃는다. 채권단은 산은을 비롯해 정책금융공사·농협·수출입·신한·하나·우리·외환·기업은행 등 9곳이다.

동부그룹은 애초 이 같은 채권단 결정에 반발하다 차등 감자는 받아들이되 대주주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줄 수도 있다는 규정을 협약에 넣는 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동부그룹 측은 “경영권은 채권단이 가져가더라도 동부제철을 가장 잘 아는 김 회장이 경영에는 계속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9일엔 동부제철 임원과 사원 108명이 채권단에 ‘동부제철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했다. 호소문은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과 노조 화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은도 김 회장에게 명예회장이나 고문 자리는 줄 수 있다는 뜻을 동부 측에 전했다. 동부 관계자는 “현재 동부 금융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김 회장의 전 재산이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사재 출연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담보를 풀어주는 대로 사재 출연을 할 뜻을 채권단에 전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7일 동부제철의 회사채 일부가 만기를 앞두고 있어 늦어도 23일까지는 자율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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