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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위한 3인의 쓴소리]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를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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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 송호근.김광웅 교수와 '미래의 동반자'재단 제프리 존스 이사장이 18일 정부와 현 세태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한마디씩 했다. 이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한 발언을 모았다.

*** 송호근 서울대 교수 "님을 위한 행진곡 부를 때 아니다"

"더 이상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가 아니다."

서울대 송호근(사회학) 교수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교수는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이 노래는 20세기에나 어울리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는 등 이미 '새날'이 온 만큼 이젠 21세기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386세대의 대표적인 운동가요다.

송 교수는 강연 후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정권이 '흔들리지 말자''산 자여 따르라'는 가사에 얽매여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라를 이끄는 중심이며, 중심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게 386정서에 바탕을 둔 현 정권의 기조라고 송 교수는 분석했다.

송 교수는 "21세기의 혁신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과 시민에 의해 이뤄진다"며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개편하고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필요한 리더십은 '내가 옳다. 옳지 않으면 척결한다. 정책은 내가 결정하니 따르라'가 아니라 '시민이 옳다. 시민의 뜻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게 바꾼다'는 것"이라고 했다. '분노와 독단의 리더십'에서 '순응하는 리더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 기업정책의 문제점도 짚었다. 정말 경제가 중요하다면 기업의 소리를 듣고 답답해하는 점을 찾아 물꼬를 트는 식으로 자기 변화를 해야지, '나는 이 방향으로 갈 테니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자유롭게 수도권에 공장을 신.증설할 수 없는 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이 좁은 나라에서 무슨 분산을 얘기하는가. 그보다는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 김광웅 서울대 교수(전 중앙인사위원장)"옳지도 먹히지도 않는 정책 양산"

"개혁은 때로 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개혁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64) 교수가 17일 "정부는 지금까지 벌여놓은 혁신안을 수습하는 것으로 남은 시간을 쓸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며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의 홈페이지(www.finegovt.com)에 올린 '노무현 행정부의 정부 혁신과 외부 평가'라는 원고에서다. 김대중 정부 때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1999~2002년)을 지낸 김 교수는 지난해 총선 때 열린우리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현재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김 교수는 원고에서 "정부가 옳지도 않고 먹히지도 않는 정책을 양산했고 규제를 좀처럼 풀지 않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교육 3불(不)정책과 언론 정책을 '옳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대책과 세금 정책을 '먹히지 않는 정책'으로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군사정부 때나 하던 전시행정도 서슴없이 한다"며 최근 열렸던 정부혁신 세계포럼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특히 현 정부가 고위직을 늘리고 위원회와 행정기구를 팽창시켜 '행정국가.비대국가.거대정부'의 길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초기에 정부 조직의 경영 진단을 한다며 42억원의 예산을 썼으나 성과가 없었는데, 참여정부 역시 많은 예산을 들여 각 부처 경영진단을 다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의 개혁안만 이어받아도 되는데 새로운 것만 하려 들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이미 늦다"고도 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 "부자 질시하는 풍토 빨리 고쳐야"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17일 "부자를 질시하는 풍토를 빨리 버려야 하며, 돈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스 이사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한국 사회, 국제화의 걸림돌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부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고 투자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거나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식의 평등주의적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부끄러워서' 돈을 안 쓰고 외국에 나가 돈을 펑펑 쓰는 한국인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한국도 선진 8개국 모임(G8)에 들어가겠다는 비전을 가질 만하다고 주장했다. 존스 이사장은 "G8에 정식 가입하면 외교 측면 등에서 한국의 파워는 혁명적으로 달라지고 북핵 문제 해결도 쉬워질 것"이라며 "지난달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연례 회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으로부터도 호의적인 반응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존스 이사장은 이날 이중국적을 가진 어린 두 아들의 한국 국적을 고민 끝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3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돈도 벌고 혜택도 받았는데 군대 문제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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