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정일 면담] 세계 주요 언론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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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언론매체들은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방북 뒤 연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용의 입장 등을 서울발로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이 북한을 확고하게 대화 상대로 존중하면 7월 중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을 밝혔다면서 정 장관의 방북 뒤 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 지도자가 미국에 올리브 가지(화해 제스처)를 내보였다"고 비유하면서 김 위원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관측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2월 10일 핵보유를 선언한 바 있다"면서 이로 미뤄 볼 때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정확히 해석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비록 조건을 달았지만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협조를 강화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북한이 남한에 접근함으로써 미.일 주도의 강경노선에 쐐기를 박고 국제적 포위망을 뚫은 뒤 미국과 협상에 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교도통신은 정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 6자회담 복귀 발언을 이끌어내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화려한 '평양 데뷔'로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BBC방송은 미국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한 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취한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김 위원장 말 뜻의 진의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의 방송 및 통신매체들은 이날 정 장관이 김 위원장과 면담한 사실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중국 국영 CC-TV와 관영 신화통신,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 등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 장관과 당초 예정에 없던 오찬을 겸한 면담을 했다고 연합뉴스를 인용, 논평 없이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2000년 9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 이후 5년 만으로 1년 가까이 표류 중인 북핵 6자회담과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통일대축전 행사에 남북한이 함께 참여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외무부는 "평양에서 열린 행사와 남북한 간 '민족통일선언'을 채택한 것은 남북한 간 화해와 대화 지속,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심화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모스크바=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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