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정원 늘고 등록금은 올랐는데…|비좁은 학비융자 창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각 대학의 학자금 융자 창구가 비좁아졌다. 신학기를 맞아 대학에 납입할 입학금과 등록금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학부모들의 부담이 무거워진 반면 학자금융자 한도액은 이에 뒤따르지 못한 가운데 이마저 국민은행이 각 대학에 할당한 학자금을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융자희망학생이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가운데 융자창구는 새벽부터 물려온 신청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뤘으나 태반이 헛걸음을 쳤다.
16일 본사가 서울시내 11개 종합대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고대·외국어대 등 3개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대학은 국민은행의 융자할당이 지난해에 비해 최고 30%까지 줄어 융자희망 학생의 절반이상이 융자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거의 모든 대학이 지난해보다 정원이 20%쯤 늘어났고 등록금이 15%나 올랐는데도 이처럼 융자대상인원이 줄었기 때문에 학자금 융자혜택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학생은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는 국민은행이 주택자금 3천억원 취급에 따른 자금난을 이유로 올해 서울시내 각 대학에 배정한 학자금을 작년의 1백25억원보다 25억원 줄인 약1백억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대학관계자들은 작년수준만이라도 유지하려면 국민은행 융자배정액이 인상된 등록금과 증원학생을 감안, 적어도 1백65억원에 이르러야한다고 지적, 최소한 65억원의 추가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 학기보다 융자대상학생이 6백67명이나 줄어 30.6%의 감소율을 보였고 숭전대·서강대 등이 20%이상, 세종대·이대 등은 10%이상 줄었다.
한양대·중앙대·동국대 등도 최고 9.8까지 각각 줄었다.
이처럼 융자대상인원이 줄어들자 각 대학의 융자서류 교부창구에서는 바늘구멍을 뚫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신입생 융자신청을 받은 지난달 29일 학생들이 새벽4시부터 몰려드는 바람에 학교당국이 전례 없이 번호표를 나눠주고 이른 아침에 신청접수를 마감했다.
중앙대는 올해 융자대상인원으로 배점돼 내려온 1천3백65명중 3백7명을 신입생 몫으로 할당했으나 접수마감 후 박 모군(19) 등이 『돈이 없어 등록을 하지 못한다』며 딱한 사정을 호소해와 재학생 몫 가운데 15명분을 떼어 신입생에게 추가로 할당하기도 했다.
한양대도 신입생에게 6백1명을 배정했으나 희망자가 1천5백여명이나 몰려 학교당국이 곤욕을 치렀으며, 재학생들의 융자신청서류도 교부 첫날인 15일 하오3시쯤 동이 났다.
학자금융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매 학기초 등록금을 국민은행을 통해 융자해주는 제도다.
연리 5.5%인 학자금융자는 장기(거치기간 4년 포함 7년 내 상환)와 만기(1년내 상환)로 나뉘어있으나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장기융자는 전체 융자대상인원의 5분의1정도에 불과해 바늘구멍이다.
이번 학기의 1인당 융자액수는 국·공립대의 경우 30만원씩이고 사립대는 40만원씩이다.
그러나 등록금은 크게 올라 시립대의 경우 신입생은 작년에 평균52만5천원, 재학생은 40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신입생 60만원, 재학생 45만원이 됐고, 공립대도 작년에 신입생 37만원, 재학생 21만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신입생 47만원, 2학년 37만윈, 3·4학년 21만윈 선으로 각각 올라 융자금을 받더라도 부족액이 많아 감질나는 실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