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대숙청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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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내부에 또한번 소용돌이가 일고있다.
실용주의를 내걸고 그동안 중공의 현대화계획을 강력히 추진해온 등소평부주석세력은 아직 잔존하고있는 문혁파와 등로선에 별 보탬이 되지않는 공산당내의 고령자 제거에 착수하고있다.
그와함께 등의 현대화정책에 장애가 되고있는 무능력자, 부패분자를 추방하는 대첩경이 진행될 움직임이다.
이를 일컬어「4대정풍봉동」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숙유이든, 아니면 그들 표현대로 「또하나의 혁명」이든간에 이번 정치적변혁은 중공 33년사에 점철되어온 집권세력의 주기적인 청소작업의 일환이다.
따라서 중공은 등소평부주석-조자양수상의 권력이 점차 확고한 기반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말해준다.
실용주의노선을 밀고나가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중공경제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발표해왔음에도 아직 문혁파를 중심으로한 구세력의 동조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었던 것같다.
그래서 등소평파는 이번에 장애요소를 과감히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대숙청은 작년12월1일 중공의 제5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의 조자양수상 경제연설에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조수상은 대외개방정책, 소비재생산증진등의 경제발전10항목방침을 밝히고 이를 강력히 추진할 의사를 뚜렷이했다.
그러면서 지난 32년간 경제정책은 전반적으로 좌익적 과오를 범했으며 중공업 중점정책은「중공업을 위한 중공업」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여 국민생활의 향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생활의 욕구를 충족할 내구소비재 일상용품은 극단적인 부족상태에 빠져 상점에는 「몰유」(메이유=없다)가 일반적인 현상이 됨으로써 사회주의경제의 우월성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공은 실용주의에 대한 자신감 피력에도 불구하고 85년까지 예정된 경제조정기간이 자칫하면 더 연장될 우려까지 있다.
등소평으로서는 중공의 현대화가 당내의 고령수구파, 문혁잔당으로 인해 부진에 빠지는것을 참을수 없을것이다.
대외경제관계에서 서방국과의 하역확대, 선진기술도입, 외자도입등이 반드시 필요한데 당과 정권내부의 장기집권에서 오는 부패와 비능율이 그같은 대외협력을 방해한다면 중공경제의 낙후성은 해결하기 어렵게 될것이며 그 영향은 중공자체의 존립기반마저 위협하게된다. 그 때문에 등소평은 내부의 체제정비를 통감하고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위에 중공은 81년의 각물생산이 79년의 3억3천2백만t에 이은 두번째의 대풍작을 기록하여 숙청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기도하다.
최고위권력층에서 하부구조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숙청이 중공권력구조에 어머한 변화를 가져올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번 숙청이 성공한다면 현재 후보위원 2명을 포함, 비명으로 구성되어있는 공산당 중앙정치국에서부터 자리바꿈이 있을것만은 짐작할수있다.
화국봉·방의를 비롯한 9명의 문혁그룹과 82세의 섭검영, 89세의 유백승등 대부분 고회를 넘고있는 많은 정치국원이 자리를 잃게될지 모른다.
공산정권에서의 숙청이란 당의 권력기구를 장악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다음 등의 실용노선은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내걸고 있으므로 경제관료등 테크너크래트가 새로운 권력층을 형성하게될 가능성이 있다.
중공의 본청은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관심거리가 아닐수 없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공의 경제정책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펼져지면 우리의 경제전략과도 무관할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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