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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칸딘스키」의 희곡『노란 색깔의 소리』70년 만에 미 뉴욕서 초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l912년에 발표된 러시아태생의 화가「바실리·칸딘스키」(1866∼l944년)의 희곡『노란 색깔의 소리』(The Yellow Sound)가 70년 만에 뉴욕에서 초연 돼 미 연극계의 화제가 되고있다.「칸딘스키」의『노란 색깔의 소리』는『20세기 연극의 가장 혁신적인 시도』(연극평론가「자네트·라셀」의 평)라고 불릴 만큼 아주 새로운 형태의 전위연극이다. 이 연극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메리마운트·맨해턴」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매일 만원을 이뤘으며 뉴욕 타임즈 지는『새롭게 전개되는 모든 상황은 관객들에게 몸을 죄는 긴장감과 함께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안겨주며 더 자유로운 기쁨을 안겨준다』고 보도했다.
『노란 색깔의 소리』는 45분 길이의 짧은 연극이다. 연극의 전체는 서막과 6가지 장면 및 그림으로 나누어지는데 무대엔 5개의 진황색 거인, 붉은 비행괴물, 허수아비 분장을 한 사람들, 또 여러 가지 물체가 등장해 추상적인 율동으로 연극을 진행한다.
여기에다가 음악(소리)·색채·조명·동작 등이 깊은 관계로 조화를 이루는데, 혼합된 미디어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호소력은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느 전위극과 마찬가지로 언어(대사)는 최대한으로 제약되며 모든 메시지는 육체와 동작으로 전달되고 있다.
음악은 무대 밖의 합창단이 노래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고 의미 없는 가사를 외쳐대는 것이 고작이다.
뉴욕에선 이런 류의 전위극이 자주 공연되고 있으나『노란 색깔의 소리』는 최근 들어 가장 성공을 거둔 전위연극으로 꼽히고 있다.
이 연극은 1956년과 76년 두 차례에 걸쳐 파리에서 공연이 시도되었고, 72년엔 미국에서도 공연이 시도되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공연되지 못한 이유는「칸딘스키」의 작품을 충분히 해석(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과 작품의 일부가 되는 음악의 악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70년 동안 햇빛을 못보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유일한 명작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 작품의 악보가 예일대 도서관에서 발견되어 초연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이언·스트라스포겔」, 안무는「헬무트·코츠실드」, 장치는「로버트·이스라엘」과「리처드·리델」, 무용은「제로·무빙」무용단 등이었다.
화가이면서도 또 음악가·연극인이었던「칸딘스키」는 이 연극의 음악을 러시아인 친구「토머스·드·하트먼」과 공동으로 작곡했다.
「칸딘스키」는 이 작품을 1912년에 완성, 44년에 공연을 계획했으나 1차 대전으로 이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칸딘스키」는 44년 세상을 떠나 결국 생전에 그는 이 연극을 보지 못했다. 그와 함께 음악을 작곡했던「토머스·드·하트먼」도 56년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미국연극계는 이번 공연이『미래 연극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서도 큰 뜻을 찾고 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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