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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컴퓨터 대중화시대 개인소유가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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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에서도 개인이 컴퓨터를 사서 이용하는 퍼스널컴퓨터시대가 서서히 개막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마이크로컴퓨터(마이컴)를 갖고 있는 사람은 2백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개인이 자작한 것까지 추산하면 상당한 숫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컴퓨터를 보유한 사람은 전자부문과 관련된 사람이 압도적이지만 조만간 중·고등학생에서 가정주부에까지 보급될 전망이 보인다.
이것은 반도체의 혁신으로 나날이 소형컴퓨터의 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쓰임새가 다양해 일종의 생활필수품 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마이크로컴퓨터의 가격은 40만∼50만원 선이나 가격은 제품에 따라 또는 자작의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품을사서 마이크로컴퓨터를 조립한다면 값은 훨씬 떨어지게 된다.
컴퓨터 대중화시대를 맞아 마이크로컴퓨터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을 찾아 앞서가는 사람으로서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정채영씨(46·KBS남산송신 소장).
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정씨는 마이크로 컴퓨터의 유용성을 일찍부터 인식, 80년6월에 외제를 구입하는 한편, 컴퓨터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컴퓨터이용법을 강구했다.
송신소를 운용하자면 전파의 특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나 필산으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계강도를 측정하는 계산은 때에 따라서는 한 달씩 걸리기도 했다. 전계강도 계산은 퍼져나가는 전파가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약해지는지를 알아내는 것으로 난시청지역을 찾아 보완하는데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이 계산은 대형컴퓨터를 쓸만한 수준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통의 계산기로는 그래프를 그릴 수 없어 소형컴퓨터가 꼭 알맞은 것이었다.
정씨는 꾸준히 마이크로 컴퓨터의 이용법을 공부하여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손쉽게 그래프까지 그려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기억시켜주고 관련된 데이터만 넣어주면 결과는 그대로 디스플레이장치(TV화면)에 나타난다. 여기서 넣어주는 데이터란 송신안테나의 각도·방향 등이다.
처리되어 나온 자료와 그래프는 프린터에 의해 인쇄가 가능한데 정씨는 아직 프린터는 구입하지 못해 남의 신세를 지고 있다. 즉 인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똑같은 프로그램을 넣어 프린터 출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정씨는『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집에도 국산45만 원짜리 마이크로컴퓨터를 사다 놓았다』며 우선 업무개선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라고 했다.
김인범군(22·연세대물리학과 2년)·김기원군(21·동).
고교 때부터 전자부문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인범군은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마이크로 컴퓨터를 시작했다. 같은 과의 기원군도 흥미를 느껴 함께 시간 날 때마다 청계천전자시장을 돌면서 반도체부품을 구입하며 공부했다. 마이크로 컴퓨터를 구입하기 전에 사용법과 회로동작 등을 책을 통해 익혔다. 인범군이 마이크로 컴퓨터에 눈을 돌린 것은 앞으로 각종·실험장치는 물론 다방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얼마큼 기초를 익힌 인범군은 지난해 11월 DMS시스팀1이라는 시판 마이크로 컴퓨터를 구입해 실제 조작을 해보았다.
기원군도 지난 2월부터 마이크로컴퓨터의 자작을 시작,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로 게임·물리문제 풀이 등을 한다. 좋아하는 것은 야구와 블랙잭 등. 특히 통계처리에는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인범군은『컴퓨터 게임이 전자오락실의 게임과 원리는 같지만 자신이 스스로 만들었다는데 차이가 있다』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익히게 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좀더 새로운 것으로 영어의 64단어를 음성으로 인식하는 장치를 할 생각인데 시중 음성기억IC(영어)가 나와있어 손쉽다고 말한다.
장학금과 용돈으로 컴퓨터를 구입했다는 인범군은『처음에는 10만원이면 마이크로컴퓨터를 시작할 수 있으므로 먼저 책으로 배우는 게 좋다』고 말해준다.
이들은 새학기에 마이컴서클을 만들어 요리·가정관리·도난방지 등 재미있는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해보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연규헌씨(37·재무부 전산담당관). 연씨는 사무개선 자동화에 마이크로컴퓨터를 이용하려고 구입했다. 오랫동안 실력을 쌍은 연씨는 50%까지 스스로 조립해 미니프린터·메머리 용 카세트테이프까지 덧붙였다. 카세트테이프는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기억시키는 것으로 보통테이프를 쓰면 된다. 이 정도까지 구비하는데 들어간 금액은 60만원. 컴퓨터본체만은 39만원에 구입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이크로컴퓨터의 운용은 행정의 자동화를 통한 예산 및 인력의 절감이다. 연씨는 금년에 인사·급여·경리를 한번에 처리하는 단 기능 마이크로컴퓨터 시스팀을 개발한다는 연구계획을 세워놓았다.
대형컴퓨터는 일을 기계에 맞추는 것으로 대규모이면서 복잡하지만 마이크로컴퓨터는 규정·조직의 변화 없이 기계를 일에 맞출 수 있다는 것.
연씨는 동사무소마다 컴퓨터가 한대씩 설치되면 똑같은 프로그램 하나로 전 동사무소가 자동화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연씨가 고안한 프로그램은 열쇠제작의 컴퓨터화로 열쇠의 여러 개 홈을 번호로 대치, 새로운 열쇠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호텔에서 쓰이는 마스터키를 제작하는데 유용하다고 한다.
『마이크로 컴퓨터로 한글의 출력도 가능하므로 행정에 도입되면 새로운 혁신이 올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글 프로그램 어가 나와 지금보다 컴퓨터사용이 간편해져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되어야겠지요.』
연씨는 이제 우리나라도 각종관리부분에 소형 컴퓨터가 도입될 때가 됐다며 특히 서점이나 대형상점은 컴퓨터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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