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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한인 회 회원 백20명 모두가 여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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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상환(푸에르토리코)=김건진 특파원】서인도제도의 카리브 바다에 떠있는 조그마한 섬 푸에르토리코에도 한인 회가 조직돼 있다. 다른 지역 교포단체와는 달리 1백20여 회원 모두가 한국여성 일뿐 남자라곤 단 한사람도 없다.
10여 년 전부터 국제 결혼한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오게된 한국여성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미국본토까지 진출한 한국교포가 이곳에서 정착하기를 원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푸에르토리코 한인 회는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친목단체성격을 띠고 있다.
한인 회가 발족한 것은 80년3월1일. 현 회장 송진아씨 등 몇몇 사람들이 이역만리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생활정보를 나눠 갖자는 생각에서 단체를 꾸미게 됐다.
한인 회가 파악하고 있는 한국여성들은 모두 1백20여명. 수도 상환을 중심으로 섬 전체에 흩어져 있다. 3개월에 한번씩 벌이는 교민파티에 참석하는 수는 3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들은 해변에서 불고기와 김치파티를 열어 남편과 아이들에게 대접하고 노래자랑이나 게임을 벌여 친목을 다진다. 외국인 남편들도 한국부인들이 친구를 넓혀 가는 것을 반긴다는 것.
남편들의 직업은 군인·연방 공무원·교수·의사·약사·개인사업가 등 각양각색이다.
이곳에 정착한지 12년째가 된다는 변영자씨는 유창한 스페인어에 물불을 안 가리고 생활 적응력이 대단한 맹렬 여성. 그는『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해도 이곳 사람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고 있는데 놀랐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6·25때의 한국생각만 하고「한국에도 포장된 도로가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해올 땐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지요. 한국정부에서 하는 일이 많겠지만 오늘의 한국을 올바로 인식시켜주는 홍보가 절실히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국과 관련된 기관이라고는 유일하게 73년부터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지점이 있어서 큰 위안이 됐었는데 그나마 작년6월에 기구축소 방침에 의해 철수해버려 교민들의 아쉬움은 대단하다.
한국인이 귀하다보니 가끔 이곳에 들르는 한국인들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게 마련이다. 몇 년 전 권투선수 염동균이 푸에르토리코에서 시합을 했을 때나 71년「서울패밀리」가 이곳에서 공연했을 때는 온 교포가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모 한인 회 간부들은 지난 1월 중순 이곳에서 열린 국제신문발행인연맹(FIEJ)이사회에 참가한 한국대표의 초청으로 저녁 식사를 들며 고국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서울대총장 유기천씨가 푸에르토리코에 살고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확인은 안됐다.
경기여고·서강대를 졸업하고 67년에 미국으로 유학 왔던 최선향씨는『한국에 홀딱 반한 남편「마틴」씨를 만나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마틴」씨는 현재 푸에르토리코정부의 경제개발 처 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다.
교민들은 한국정부의 조그마한 지원이나 배려가 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게 안되면 한국정부의 연락기관이나 일반상사·지사들의 진출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염원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오랫동안 스페인 영토였다가 1898년 미국과 스페인간의 전쟁으로 미국영토가 됐으며 현재는 자치령으로 1명의 판무관을 연방의회에 보내고 있다. 3백20만 인구의 99%가 스페인 계인 푸에르토리코는 최근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물론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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