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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포츠 이대로 좋은가<12> 가뭄에 콩 나듯…여대생 선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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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자선수의 경우 대학원까지 다녀야 행세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대생선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여성스포츠에 관한 한 우리나라대학은 불모지대와 다름없다. 구미제국의 경우 올림픽 등 국제무대의 히로인들이 거의 대학생이라는 점과 판이한 양상이다.
현재 대학에 재학중인 여자선수(81년 등록)는 1천1백91명으로 숫적으로는 남자선수(6천4백61명)의 약6분의1이다.
따라서 외형상 여대생선수는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여대생으로서 세인의 기억에 쉽게 떠오르는 선수라곤 모명희(서울대·육상) 황선애(한국체대·배드민턴) 김진호 박영숙(한국체대·궁도) 황숙주(계명대·궁도) 이은자(충북대·육상) 백옥자(건국대·육상) 오경미(부산대·육상) 길경숙(이화여대·배구) 전양숙 김화경(한국체대·육상) 등 몇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등록된 여대생선수가 1천명이 넘는 것은 볼링(1백35명) 요트(1백50명) 롤러스케이팅(45명) 스키(48명) 조정(60명) 탁구(72명) 체조(93명) 등 다분히 비전문적인 취미생활자를 모두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진학하는 선수중에는 육상의 김순화(고려대) 이순천 이길례 우현선(한국체대) 전경미 김희선(이화여대), 수영의 조진아(고려대) 김지희(이화여대), 탁구의 지용남(경희대) 등이 특기할만한 인물이다.
현역뿐만 아니라 19∼20년을 거술러 올라가도 대학이 여성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한때 한국이 세계를 풍미(?)한 종목이 여자농구와 배구였으나 대학여자농구의 등록선수와 팀은 전무(전무)하며 배구는 선수22명에 2개 팀(충남대·이화여대)에 불과하다.
여자배구와 농구가 실내경기로서 인기의 첨단을 달리고 있음에도 유독 대학만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기현상이랄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의 영향을 받아 실업의 여자농구와 배구가 비교적 일찍 발달, 성행하는 데다 여성들의 선수수명이 24∼25세로 끝나는 등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지만 이런 이유로 대학과 실업의 여성스포츠(배구·농구)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실업의 스포츠무대는 넓고 많을수록 유익한 것이다. 대학들이 여자배구와 농구에 문호를 개방할 때 한국의 세계적 강호에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 틀림없다.
유별나게 대학만이 스포츠부문에서「여성지위향상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은 거대한 종합대학인 고려·연세·한양대 등이 약속이나 한 듯 단1명의(작년까지) 여자선수도 양성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한심한 현상은 여성교육의 선구적 전당이라 할 이화·숙명을 비롯, 덕성·동덕·서울·효성·성신 등 여자대학들마저 스포츠만은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유능한 여성스포츠지도자나 비범한 여대생선수의 배출을 원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지도적 여성들이 스포츠를 백안시하는 오랜 습성을 영속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젯거리가 된다. 가정을 핵심적 바탕으로 한 국민체육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의 이해와 참여가 중요하다.
또 대체로 남자보다 더욱「빈곤과 스포츠」가 밀접히 연결된 여자선수들의 후진국적 특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자대학을 중심으로 한 각 대학이 체육특기자를 최대한 포용하고 체육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스포츠의 길을 확장, 고급화할 것이 요망된다.
육상 등 각종 개인종목경기대회가 열리면 여자대학부의 기록이 고등부는 물론이고 중등부수준에도 못 미치는 예가 대부분이다. 한국여성체력의 극심한 조로 현상과 함께 대학여성스포츠의 부재를 웅변하는 것이다. 세계대학생 종합경기대회인 2년마다의 유니버시아드를 맞으면 한국스포츠는 낭패다. 보낼만한 선수로는 남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근처에도 안간 실업선수들을 대학생대회에 출전시키는 파울을 저지른다.
모스크바에서 코리아를 빛낸 여자농구·배구, 멕시코와 부쿠레슈티(유고)에서 메달을 따낸 테니스의 경우가 얼마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선수였는가를 크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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