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재의 현정포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한당의 당직개편은 총재의 지도력을 강화하면서현상변경을 통해 당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당내 잠재 경쟁자도 대비해야하는유치송총재의 포석과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또 이번 인사는 유총재가 처음으로 전권을 행사해 창당골격을 바꾸려 서도했다는 점과 옹색한 가용인력이나마 비교적 균형있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점적인 평가를받고있는것 같다.
그러나 과연 민한당이 심기일전의 새로운 자세로 자생력을 회복할것인지, 또 유총재의 친정체제가 순탄하게 뿌리를 내릴만큼 새진용이 인화·단결해줄지는 의문의 소지가 있다.
신상우사무총장·고재청총무·한영수정책심위회의장등 구3역간의 불화를 당직파동의 주인으로 판단한 유총재는 일찍부터 이들을 전윈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럼에도 유총재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온것은 차제에 병인율 모두 노출시켜 종합적 처방을 강구하기위해서는 가급적 최대공약수를 발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던것 같다.
『당무위원중에서 당6역을뽑아야한다』는 당헌상의 제약때문에 처음부터 당3역물망에 올랐던 유명후보는 임종기·김승목(이상3선)·김현규·유한열·김원기(이상2선)·손세일(초선) 의원등 6명이었다.
이중 관심의 초점이었던원내총무에 임종기의원이 발탁된것은▲소속의원의 다수를 점하는 호남출신이란 점▲원내다수의 지지를 받을수있는 그의 인간관계▲의정운영에 대한 경험과 능력등이 평가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호남출신 총무라면 사무총장엔 영남출신이 기용되리라는 예측이 돌았으나 유총재는 자기측근인 충남출신의 유한열의원을 기용했다.
당초 유총재는▲총장 김현규▲정책의장 김승목의원을 구상했으나 줄기차게 총장물망에 올랐던 김승목의원이 반발, 정책의장을 고사함으로써 혼선이 일어났으며 이렇게 되자 유총재는 당초의 구상을 뒤집어 김현규의원을 정책의장으로돌리고 유의원을 기용한 것이다.
또 인선협의과정에서 부총재들은 총재 비판세력에속했던 김현규의원의 총장기용을 강력히 반대했으며, 유총재 자신으로서도 내년전당대회에서의 총재재추대작업을 위해서는 조직을 장악하는 총장에는 측근을 앉혀야겠다는 현실적 필요성등이 유총장임명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축근기용은 당내비판세력의 공격초점을 선명히하고 총재의 의곽엄호세력이 엷어진다는 다른측면도 생각할수 있다.
김현규의원의 중직기용은비판세력으로 비판세력을 견제하는「이이제이」의 구상으로 풀이되는 일이다.
이번 개편으로 당6역중5역이 바뀌고 6역중 3역은 초선의 신인이 맡게됐다.
「신·구조화」를 강력히 요구해온 신인군들의뜻을 유총재가 반영한 셈인데 이들간의 팀웍이 잘될 것인지의 여부는 유총재의 지도력과 운영에 달렸다고 할수밖에 없다.
이같은 새진용은 전팀에비해 무게·관녹등에 있어좀 낮아진 셈이며 따라서 새당직자에 대한 총재의「권위」는 전보다 강화됐다고볼수있다. 사실 유총재는 신전사무총장과는 창당팀웍이었고 고전총무와는 서울상대 동기동창의 오랜 친구사이여서 곡 상명하복의 관계이기만은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리나 이번에 자기가 직접 만든 새진용에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담감없이 지시·지휘할수있을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상대적으로다소 약체로 비춰지고 있는 새팀을 이끌고 유총재가 현정체제를 구축하는데는 새팀에 대한 지휘·감독강화 못지않게 신상우·한영수 의원이 조성할지도 모를 대항세력을 어떻게 약화·견제할것인지가 중요하다.
창당·공천과정에서 주역을 담당한 신의원은 당내에 상당한 인연을 심어 놓았다. 때문에 내년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또한번「추대」되기를 희망하는 유총재와 신의원간에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보는 견해가 많으며 유총재로서는 신의원의 추종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하지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반면 신의원으로서도 유총재와 라이벌이라는 새 이미지를 심는데 박차를 가할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소속의원들과 맺은「끈」이 과연 「세력」으로 나타날지는두고 볼 일이다.
또 이번 당직파동에서 명분상 가장 많은 실리를 얻은 한영수의원도 당내 비판세력의 중추로서의 입장을 강화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당권도전의 고지를 향한 준비를 본격화할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신·한의원간에는유총재에게 대항하는것이 곧 자기성장이라는 공통분모가작용하고 있어 이것이 어느 시점까지는 공동보조를취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당직개편은 창당1년만에 제1야당에 잠재적인 분파의태동을 표면화한 계기로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전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