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랑스에 '포도나무 불치병' … 피해액 1조원 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1세기의 필록세라’. 요즘 프랑스 언론에 공공연하게 등장하는 표현이다. 필록세라는 미국종 포도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진딧물의 일종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으로 건너가 포도밭을 황폐화시켰다. 그 때문에 남아프리카·호주·칠레 등 신대륙 와인이 뜨고 맥주·위스키가 유럽 상류층에도 굳건히 자리하게 된 술의 역사까지도 바꾼 질병이다.

 당시의 공포를 떠올리는 건 요즘 프랑스 포도나무의 13% 정도가 세 종류의 곰팡이질환이 시달리다 죽는 일이 벌어져서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10억 유로(1조3500억 원)로 추산된다. 한 전문가는 “지중해와 북미에 있던 질병이 2006년부터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전역에서 포도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포도 생산이 왕성할 15~20년 나무들이 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이스카 등 두 종류의 질환엔 뾰족한 치료제도 없다. 과거엔 아비산염나트륨이란 걸 썼는데 강력한 발암물질이란 게 드러나 2001년부터 사용 금지됐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들은 “특정 주파수의 음악을 틀면 좀 낫다”는 전문가들의 연구에 와인 밭에서 매일 7분 간 음악 방송을 내보내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