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 정보통신의 수도" … "추격형에서 선도형 국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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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 에서 개막한 2014 ITU 전권회의 에서 민원기 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국전쟁의 포연(砲煙)이 한창이던 1952년 1월31일, 대한민국 국군은 지금의 휴전선 중동부 전선에서 북한군과 힘든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던 그때, 임시수도 부산에 작지 않은 희소식이 들려왔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국에 한국의 회원가입 신청서가 접수되면서, ITU 회원 자격을 얻었다. 1950년 3월 신생 약소국으로 한 차례 가입 부결의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뒤 얻은 소중한 결과였다. 당시 한국 땅에 통신이라고는 몇 안 되는 전화·전신망과 군 통신망이 전부였다.

 60여 년이 지난 2014년 10월20일 오전 11시, 피난민 대신 첨단 초고층빌딩으로 가득한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ITU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행사인‘2014 ITU 전권회의’가 개막됐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세계 175개국에서 3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고,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장·차관급 인사만도 140명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며, 1994년 일본 회의 이후 아시아권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은 이날 개회식에서“오늘부터 3주간 부산은 세계 정보통신의 수도가 될 것”이라며“한국은 건국 후 60여 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취를 이뤄냈으며 부산은 정보통신의 선도국가 도시로서 전권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최적지”라고 말했다. 뚜레 총장은 ‘4년 연속 ICT 발전지수 1위’, ‘인터넷 가정 보급률 98%’, ‘전자정부 1위’등 한국의 ICT 수준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 이은 기념사에서“현재의 발전에 만족하지 않고, 2017년까지 기가 인터넷의 전국망을 깔고, 2020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망을 설치해 그간의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국가를 변신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부산 벡스코 행사장에서 세계 ICT 최강국으로서 1기가 시대를 여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국제협력을 주도했다. ICT 산업의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20~21일 이틀간 5G 이동통신 분야 정보공유와 국제협력을 위한‘5G 글로벌 서밋’국제행사를 주최한 것이다. 5G는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홀로그램 통신도 가능한 첨단 이동통신망이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도 3G 사용이 일반적이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4G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ITU 전권회의 특별행사로 열린 5G 글로벌 서밋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KT·LG유플러스 등 국내 대표기업과 퀄컴·인텔·화웨이·NTT도코모 등 글로벌 기업, 학계·정부 전문가들이 참가해 5G 시대의 준비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은 기조강연에서“5G 시대에는 ‘나’를 중심을 해 내 마음을 알아줄 친구, 아바타, 로봇 등 세상의 모든 센서와 디바이스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될 것”이라며“5G 세상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여유있게 소통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중·일·EU가 참여하는 다자간 5G 협력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내년 초를 목표로 정부 또는 민간 차원의 5G 국제협력 프레임 워크를 마련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5G 기술은 ICT 산업과 다른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기술 표준화와 주파수 등의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위규진 표준화본부장“5G 시대엔 현재 사회·경제·문화의 모든 시스템을 무선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며“이번 전권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주도해 5G가 전세계에 도입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IT산업 생태계를 앞서서 이끌고 갈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병국이라 한국에 오지 못한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은 이번 ITU전권회의의 첨단 원격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회의에 참석했다.

부산=최준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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