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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기자의 아하, 그렇군요!] 효소는 소화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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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양과잉 시대다. 넘치는 음식과 건강식품이 오히려 몸을 병들게 할 지경이다. 이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던 때는 지났다. 먹은 음식이 어떻게 인체 내에서 흡수.활용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효소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가치를 능가한다.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또 고기를 재울 때 배나 파인애플을 갈아 넣는 이유도 알 것이다. 브로멜라인이라는 효소가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효소가 없다면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먹은 음식이 에너지가 되고, 인체 조직을 만들고, 배설하는 일련의 과정에 효소가 작용한다. 생존한다는 것은 생리적인 화학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일 뿐이다. 음식을 분해하고, 촉매제 역할을 하는 효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예컨대 리파아제는 지방을 저장하고, 분해하는 데 쓰이는 효소다. 곰처럼 동면하는 동물들이 겨우내 먹지 않고 잘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효소 덕분이다. 적혈구에 철을 결합시키고, 정자가 난자의 벽을 뚫고 들어가도록 하며, 노폐물과 독성물질 정화 역시 효소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몸에 있는 효소 중 밝혀진 것만 대충 3000여 종. 이렇게 효소의 종류가 많은 것은 효소마다 한 가지 기능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효소를 우리 몸이 계속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우리 몸에 효소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효소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연구에 따르면 60대 이후 노년층은 20대에 비해 아밀라아제 효소(췌장에서 분비)가 30분의 1 수준이다. 나이가 들면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은 소화기관의 노화와 함께 소화효소의 감소에도 원인이 있다.

또 하나는 만성병 환자의 경우에도 효소결핍 현상이 심각하다. 당뇨 환자의 경우 췌장의 리파아제와 트립신의 양이 줄고, 건선 피부병이 있는 사람은 혈액 내 아밀라아제의 농도가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채소나 과일 섭취가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 효소는 우리 몸에서도 생성되지만 신선한 자연식품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인간보다 체격이 큰 소나 말이 좋은 예다. 소화액을 분비하는 췌장은 훨씬 작고, 침에는 아밀라아제가 없지만 소화에 별 문제가 없다. 자연의 산물을 원형 그대로 먹기 때문이다.

조리법에도 문제가 있다. 효소는 높은 온도에 견디지 못한다. 멸균 처리하고, 굽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된다. 섭씨 48도에서 15분 이상, 65도에선 잠깐만 조리해도 효소는 사라진다. 그러니 가공식품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한 정답은 나왔다.

식품을 신선한 원형으로 섭취해야 한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 만든 주스, 어린 싹, 김치나 된장과 같은 발효식품도 좋다.

또 음식을 먹을 때는 오래 씹는 습관을 들이자. 침 속에 들어 있는 효소가 음식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과일과 채소에는 소화하기 힘든 섬유막이 있는데 효소가 이를 분해해 소화를 돕는다.

평소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효소보조제가 도움이 된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효소의 종류와 활성도가 표시된 것이 확실하다. 또 액상은 보관성(안정성)이 떨어지므로 가루를 캡슐에 담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참고 : 엔지뱅크 신현재 박사, '엔자임' (이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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