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정선 '아라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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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선군이 74억 원을 들여 만든 아라리촌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5일 장 등 정선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리랑의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강원도 산간 마을의 주거형태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정선 아리랑' 가락이 아니면 이곳이 무엇을 위한 시설인지도 알기 어렵다.

정선군은 1999년 애산리 3만4722㎡(1만503평)에 아라리촌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준공해 문을 연 아라리촌에는 양반이 살던 기와집을 비롯해 굴피집.돌집.너와집.귀틀집 등 전통 가옥과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3채의 주막, 농기구공방.물레방아.연자방아.통방아.디딜방아.성황당 정자 등의 전시물이 있다.

군은 지난해 9월에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 등의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조례도 만들었다. 지난 1월부터는 관리 운영을 시설관리공단에 맡겼다.

그러나 홍보가 안된데다 20분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단순하고 아무런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 등 체험하고 즐길거리가 없어 관광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통가옥의 경우 실제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등 산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시설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아라리촌에는 5일 장이 열리는 날(2, 7일)에는 200여 명씩 찾고 있으나 평일은 100여 명 내외의 관광객만 찾을 뿐이다. 김수환 관광지관리계장은 "정선의 생활상 등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작은 민속촌으로 꾸밀 계획이었으나 면적이 작고 볼거리도 빈약하다"며 "산책로와 야간조명 등의 시설을 확충하고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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