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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대망의 요처 백 3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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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3보(36~52)
● . 원성진 6단 ○.옥득진 2단

원성진 6단이 외국어대를 다니며 약간 느슨해져 있을 때 같은 '소띠 삼총사'인 최철한, 박영훈은 정상으로 질주했다.

이를 보고 자극을 받은 원성진도 올해부터 허리띠를 바짝 조이더니 다시금 '세계 4강'으로 성가를 높이던 예전의 페이스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현재 25승10패. 박영훈, 박정상, 최철한에 이어 다승 랭킹 4위. 옥득진 2단은 저 바닥에서부터 수직상승했음에도 15승8패로 이제 겨우 29위다. 전문가들이 원성진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한데 바둑판의 사정은 달라 원 6단은 막 흑?라는 중대한 실착을 두고 말았다.

온건하게 움직이던 옥득진의 눈이 순간 반짝 빛난다.오래전부터 우변을 움직이고 싶었으나 겁이 나서 참았던 그는 비로소 때가 왔음을 직감한 것이다. 옥득진은 36 한 방을 용의주도하게 선수하더니(흑A의 반발은 백B로 막히는 수가 너무 아프다) 드디어 대망의 요처인 38로 뛰쳐나왔다. 정말 큰 곳이다.

39부터 중앙으로 달음박질이 시작됐다. 하지만 백은 달리는 와중에도 42와 46으로 하변을 정비할 여유까지 얻고 있다. 원 6단으로선 흑?의 한가함이 뼈에 사무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얘기하지만 흑△로 '참고도'의 흑 1로 직행했다면 바둑판의 풍경은 완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47로 진로를 막은 것은 이 같은 내심의 분노를 폭발시킨 수.

그러나 조심스럽던 옥 2단은 이제 태도를 표변하여 먹이를 본 매처럼 48로 달려든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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