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옥의 아세안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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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이종옥(수상)이 20명 넘는 대표단을 거느리거 지난 3일부터 아세안 5개국 중 필리핀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국가에서 남북한의 대치삼상를 보면 필리핀이 한국하고만 외교관계를 맺고있고,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말레이지아, 싱가포르는 남북한과 동시수교를 하고있고 그 중 타일랜드는 북한과 대사 교환만을 않고 있다.
이종옥 일행의 아세안 방문의 목적은 ①이번 여름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비동맹정상회담에 대비하여 지지기반을 다지고 ②지난해 전두환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성과를 감소시키고 ③88년 서울올림픽, 86년 아시안게임 참가를 저지시키는데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세안 5개국이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의 결집력에 아직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들이 보유하고있는 방대한 자원, 그리고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아세안의 전략적 위치 때문에 북한이 아세안과의 관계강화를 중시하고 나선 것 같다.
특히 작년 6, 7월부터 한국·아세안 관계가 정치·경제·군사면에서 신기원을 맞았다고해도 좋을 만큼 접근, 강화되고 아세안 각국과 한국사이에 고위관리와 기업인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는 것을 보고 북한이 초조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들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전대통령의 아세안순방중에 이 지역 지도자들이 우리의 1·12남북수뇌상호방문제의를 적극 지지한 사실일 것이다.
북한에는 설상가상으로 아세안을 포함한 서방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통일혜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종옥 일행은 이번 아세안 4개국 방문중에 80년 10월 이른바 제6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일성이 제창한「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설에 의한 남북통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아세안 관계로 보면 태평양은 마치 한 울타리 같이 좁아지고 한국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높은 관심 때문에 고려연방제안의 허구성은 아세안의 지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종옥의 아세안순방의 성과는 처음부터 별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옥은 타일랜드와 북한의 공관교환설치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지만 작년에 「프렘」수상의 방한까지 있었던 현실에서 타일랜드가 그렇게 쉽사리 북한의 요구를 들어 줄것 같지 않다.
북한은 81년도에 타일랜드의 무역적자가 28억달러 정도 되는데 착안하여 타일랜드에 대북한윤출을 미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일랜드의 입장에서 볼 때 대한관계와 대북한관계의 손익계산은 너무 분명한 것이다. 70년대 중반이래 만성적인 외환위기에 시달리는 북한이 타일랜드에 경제적인 이득을 주면 얼마나 줄 수 있을 것인가.
정치적으로 보면 타일랜드의 입장은 더욱 선명하다.
타일랜드는 아세안 5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베트남의 침공위협을 받는 나라다. 그 베트남의 후견국인 소련은 동시에 북한의 후견국 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이종옥을 맞는 아세안 4개국들이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점차적인 역학관계를 충분하고도 정확히 인식하여 북한의 미소공세에 현명한 반응을 보일 것을 확신한다.
아세안국가들이 북한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이 제의한 남북대화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호응하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실적에 시비나 거는데 공연한 노력을 낭비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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