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판결 그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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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가 검사였더라도 기소했을것』이라는 담당판사의 말이나 『내가 판사였더라도 무죄를선고했을것』이라는 검찰측 코멘트는 고숙종여인 1심공관의 성격을 잘설명해주고 있다.
결국 유죄를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재판부는 법언(법언) 대로 『의심스러운것은 피고인의 이익으로』판결했을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판결자체가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것이지 고여인이 사실상의 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닐것』이라며 상급심에서의 유죄를 기대하고 있다.
윤보살사건의 진법은 과연 누구일까. 이 시점 에서 그것은 신(신) 과 진범만이 알일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지대한 관심사이자 궁금증이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어서 단정은 할수없지만 만일 고여인이 3심에서까지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윤보살사건의 진범에대한 우리들의 궁금증은 더욱 짙어질것이다. 그리고 그 짙어진 궁금증은 『사람을 세씩이나 죽인 살인범이 우리의 주변 어딘가를 활보하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변할것이다.
흉악범이 잡히지않고 활보할수 있다는것은 완전범죄의 선례가 될뿐 아니라 굳이 흉악범이저지를지도 모를 또다른 범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찰이 범인으로 구속했던 피의자들이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서울 형사반장부인피살사건(76·3·10)이 그렇고 서울 마포만화가게살인사건(76·11·3)이 그러했으며 정읍일가족살해·방화사건(76· 7), C대교수부인변사사건 (77·6), 서울연포동노인독살사건 (76·1·25), 서울잠실 대림식당 강도살인사건(75·12·31)등 7O년대에만도20여건의 크고 작은 강력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은 범인을 검거 구속기소했으나 그들은 모두무죄관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들 사건의 진범이 우리주변 어딘가에 분명히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불안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를 더옥 놀라게하는 것은 이들사건이무죄로 판결이 내려지고나면 공소시효가만료되지않았는데도 수사당국이 손을 털고 진범추적을 전혀 않는다는점이다. 무죄판결-미궁(미궁)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진범이 따로 잡히는것을 단한번도 보지 못했다. 재수사 착수도 본 기억이 없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바로 진범임을 밝히는 결점적 증거를 찾아닌다해도 일사부재리(일사부재리)원칙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계산때문일까.
아니면 『억울한 사람이 또 생겨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궁이나 영구미제 (미제)가 낫다』는 실속있는(?)계산 때문일까.
물론 법언처럼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벌하는것보다는 10명의 범인을 놓치는게 좋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단한명도 벌하지 않으면서 10명의 숨은 범인을 밝혀내는 것이 더욱 좋지않을까.
해방후 초대 수도관구(수도관구)경찰청장을 맡았던 장택상씨는 부임하면서▲경찰관은 대중의 공복 (공복)이요 국가가 국민의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기구다. ▲취조는 과학적이어야하고 비인도적 고문을 폐지하라 ▲대인접물 (대인접물)에 친절과 정념 (정령)을 주로하고 관존민비의 사상을 거(거)하라는등 4개항의 경찰잠 (경찰잠)을 창안해 관하경찰에 하달했었다. 그게 벌써 36년전의 일이다. 그렇게 긴세월이 흘렸건만 오늘날 우리경찰은 과연 수사에서 얼마나 과학적이며 고문을 않고 있는지를 음미해 볼만 하다.
무죄판결=영구미제라는등식이 성립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어느때보다 간절하다.
윤보살사건에 대한 끈덕지면서도 과학적인 보강수사를 기대해 본다.
오홍근<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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