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천재' 박주영, 슈틸리케호 에이스 경쟁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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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29·알 샤밥)의 롤러코스터 축구 인생이 다시금 상승 구간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축구대표팀도 박주영의 부활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주영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알 힐랄과의 사우디리그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0-0으로 비겨 무승부 가능성이 짙던 후반 종료 직전, 동료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 1-0 승리를 이끌었다. 사우디리그 데뷔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부활을 자축했다. 박주영이 클럽축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건 셀타 비고(스페인) 소속이던 2013년 이후 582일 만이다.

'박주영 효과'에 소속팀 알 샤밥이 '들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슈퍼매치'라 불리며 주목 받는 라이벌전 승리였던 데다, 값진 승점 3점을 추가하며 리그 선두 알 이타하드(21점)에 2점차로 따라붙었다. 알 샤밥은 구단 SNS 계정에 '박주영의 결정적인 첫 골'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박주영의 득점 장면을 이어붙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성했다.

축구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A대표팀은 최근 두 달 간 4차례의 A매치 평가전을 통해 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약점도 노출했다. 우루과이(0-2패)·코스타리카(1-3패) 등 강팀을 상대할 땐 골 결정력에 어려움을 겪으며 완패했다. 2010 남아공대회·2014 브라질대회 등 최근 두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맡은 '간판 골잡이' 박주영의 부활은 슈틸리케호의 공격 다양성을 높일 호재다.

최근 손흥민(22·레버쿠젠)·남태희(23·레퀴야SC) 등 2선 공격수들도 소속팀에서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해 대표팀의 공격 에이스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8일과 12일 요르단과 이란을 상대로 원정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박주영의 경쟁력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공격 본능 재점화는 박주영의 '유럽 컴백'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슬럼프가 길었어도 여전히 박주영의 재능을 주목하는 유럽 클럽들이 있다. 최근에는 과감한 투자로 주목받는 프랑스 2부리그 클럽 르 아브르가 박주영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터키리그의 여러 클럽들도 박주영의 경기 감각을 체크 중이다. 득점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A대표팀에서 주포 역할을 되찾는다면 박주영이 유럽 재진출 시나리오를 실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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