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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관계·간음 외엔 마음껏 정사 즐겨라-미서 「기독교인 위한 성입 문서」출간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독교인들을 위해 놀랍도록 솔직한 여러 종류의 섹스지침 서적들이 최근 미국의 종교전문서점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믿음을 깨우치고 거듭난 교인들의 침실에까지 성혁명의 물결이 깊숙이 침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인용 섹스지침서가 취급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독실한 교인들도 조루증을 걱정하고 가장 좋은 체위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보다 더 만족시킬 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섹스지침서의 저자들은 대체로 일반섹스·카운슬러들과 비슷한 조언을 하고 있다. 예컨대 산아제한을 위해 정관수술을 권고하는 따위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성경말씀을 인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지나칠 이 만큼 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인들을 위해 『즐거운 결혼생활』이란 토론회를 열고 있는 「찰리·셰드」부부는 구약성서 중 「솔로몬」의 아가 『…네 넓적다리는 둥글어서 공교한 장색이 만든 구슬꿰미 같구나』는 귀절(7장1절)이나 다른 에로틱한 귀절을 읽으라고 권한다. 『성경은 인간의 행위에 관해 이제까지 씌어진 가장 훌륭한 지침서』라고 주장하는 「팀· 라헤이」부부는 「결혼의 행위』란 저서에서 잠언 5장18∼19절의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택한 아내를 즐거워하라. 그는 사랑스러운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는 귀절을 인용하여 부부의 전희까지 정당화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비교인 보다 더 성적만족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귀절에 충실하다 보니 놀랍게도 성의 방종이란 결과를 남기도 한다. 섹스지침서는 결혼전 섹스나 간음 등과 같이 성경에서 특별히 금지한 행위만이 금기일 뿐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외에는 부부가 기꺼이 원하기만 한다면 어떤 행위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팀·라헤이」는 신혼부부가 상대의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기 위해 서로 자위를 해보라고 권한다. 「셰드」는 변태성행위까지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즐거움을 위해』라는 책을 쓴 「에드·휘트」는 『아내는 남편에게 전적으로 순종하라』는 사도 「바올」 의 말을 내세운다. 「솔로몬」의 아가 중에서『그가 왼손으로 내 머리에 베개하고 오른손으로 나를 안는구나』(2장6절)고 한 것은 남편을 위한 아내의 이상적인 체위를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속적인 섹스 카운슬러를 믿지 않는 교인들을 위해 발간된 섹스지침서들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경귀절을 너무 자주 인용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일리노이 주 휘튼대 심리학과장 「데이비드·베너」교수는 『성서가 삶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도 믿지만, 성에 대한 자세한 해답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성서를 핵물리학 교과서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뉴스위크 지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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