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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허망한 역전패 두산, 그게 최선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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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6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K의 경기. 시즌 막판 6위가 확정된 두산으로선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다. 반면 4위 LG를 간발의 차로 뒤쫓으며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SK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하는 절박한 경기였다.

 송일수(64) 두산 감독은 이날 민병헌·오재원·최재훈 등 주전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래도 두산은 선발투수 이현승의 호투에 힘입어 5회까지 5-1로 앞서나갔다. 그런데 5회말부터 두산은 경기를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송 감독은 5회 말 무사 1·2루에서 1루 주자 김현수를 신인 이성곤으로 교체했다. 또 강타자 홍성흔의 대타로 후보 선수인 김재환을 내보냈다. 중심타자가 빠지면서 두산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더구나 송 감독은 잘 던지던 이현승을 6회부터 강판시켰다. 이 때까지 이현승의 투구수는 79개에 불과했다.

 6회 등판한 임태훈은 4점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그래도 두산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6회 이후 두산 타선은 무기력했다. 결국 연장 10회에 5-7로 역전패했다. 두산은 이날 이길 의지가 아예 없어보였다. 일부러 져줬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맥빠진 경기를 펼쳤다.

 두산과 LG는 서울을 연고로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함께 쓰고 있는 치열한 라이벌이다. 지난 11일 맞대결에선 두산 투수 마야(33)가 양상문(53) LG 감독에게 욕설을 해서 문제가 됐다. 당시 송 감독은 “마야가 욕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감독이 선수와 싸우는 건 이상하다”며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를 돌렸다. 송 감독은 이날 경기 이후 져주기 논란이 일자 “계획된 선수 기용이었다. 내년 시즌을 생각해 그동안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며 “일부러 졌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 팬을 포함한 야구 팬들 사이엔 이날 졸전을 펼친 송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두산이 이겼다면 LG는 4위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을 것이다. 두산 팬 입장에선 LG의 가을야구가 달가울리 없다. 그러나 팬들은 두산이 승리를 포기하는 모습은 더 보기 싫었을 것이다. 두산의 팀 컬러는 독한 근성과 단단한 팀워크다. 그런 팀을 응원하는 건 두산 팬들의 자부심이었다. 해설을 맡은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은 “지더라도 이렇게 져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두산 팬은 “이날 경기는 두산 구단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만한 최악의 경기였다”며 “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식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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