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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없는 사회」의 계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산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생활에 대한 국가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통제다. 언젠가 미국과 소련을 비교 분석한 한 사회학자는 여행의 자유를 놓고 두 사회의 판이한 차이를 지적했던 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생활, 가정, 여가활동, 사회적 이동, 예술 및 문학, 심지어 자녀양육조차 국가의 부분적 통제를 받고 있음을 지적하고 『개인주의의 가치와 집단주의의 가치는 전혀 타협의 길이 없다』고 갈파했다.
북한사회는 어떤가. 알려진 대로 북한은 공산사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도로 통제된 사회다. 소련에서는 그래도 부분적 통제를 받는 이런 사회생활이 북한에서는 전면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 귀순한 북한주민 김용준씨의 실상폭로로 극도로 통제된 북한사회의 면모가 다시 한번 만천하에 공개됐다.
우선 북한주민들은 열 가지 계층으로 분류돼서 단계적으로 사회적 혜택을 받는 정도에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비당원층으로 분류된 6계층이하의 주민들은 계층간에 마찰이 있을 때 책임을 덮어쓰는 대상으로 낙인이 찍혀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계층인 보통 계층을 비롯해서 이남출신자, 과오를 범한 자, 즉 전과자, 6·25당시 월남자 가족, 「적기관 근무자 가족」등이다. 북한 당국이 조금이라도 남쪽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 학대의 대상으로 꼽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겠다.
이런 학대는 이른바 불순분자로 꼽힌 사람들을 「독재 대상구역」에 격리수용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함경북도 수성군내 4개 리에 집단 수용된 이들은 숙청자, 반혁명분자, 지주, 친일파, 우익인사 등인데 삼엄한 전기 울타리에 지뢰까지 매설해놓고 있다.
이 같은 북한실상은 공산주의 사회가 계급없는 사회라고 떠드는 그들의 「이념」이나 「선전」과는 정반대 되는 현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련도 동구권도 당 간부들은 호화생활을 누리고 비당원 일반계층은 식량배급에 목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공산사회의 종언을 예고하는 서구의 석학들은 바로 이중 구조적 사회생활의 모순을 그 예로 들고있다.
실로 공산사회, 특히 북한은 공산집단 특유의 숙청, 유배, 강제 노동이 횡행하는 암울한 모습인 것이다.
「스탈린」이 소련에서 강제수용소를 건설한 이래 공산국가의 강제수용소는 세 가지 목적을 지니게 됐다.
그것은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고, 공산주의에 대한 회의론자들을 숙청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유용한 노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함경북도 주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중공 땅으로 탈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가 간다.
북한사회가 이처럼 계속 통제 받는 사회로 굳혀질 경우 남북대화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우려다. 우리가 개방사회를 지향하는데 반해 그들은 보다 더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니 남북이 겪는 사회생활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의 안부 편지교환을 북한이 완강히 거부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비인도적 차별대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이 된다.
극도로 통제된 북한사회의 또 한가지 면모가 리간통행에도 발급되는 여행증 제도다. 작년까지만 해도 군내통행은 공민증만으로 가능했으나 북한당국은 『간첩 등 불순분자들의 활동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웃마을을 찾을 때도 여행중이라는 허가가 필요하니 북한주민의 고립감과 절망감은 하늘에 사무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언제까지나 .이런 비민족적 비인간적 압제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우리는 민족의 동질성 호소하면서 꾸준히 평화통일의 대도를 걷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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