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히스패닉'파워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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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내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라틴계 민족) 파워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한편 경제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인구 증가 압도적=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히스패닉은 지난해 7월 현재 미국 전체 인구 2억9370만 명의 14%인 4130만 명이었다. 이들은 2000년 이후 미국 인구 증가(지난해의 경우 약 290만 명)의 절반을 차지했다. 2000~2004년 5년간 인구 증가의 49%가 히스패닉이었다. 1990년대 이 비율은 40%였다.

2003년 7월~2004년 7월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1%였지만 이 중 히스패닉 인구 증가율은 3.6%에 달했다. 특히 90년대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는 불법을 포함한 이민에 의해 주도됐지만 최근엔 미국 내 출생이 이민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의 18세 이하 인구 중 히스패닉 비중은 20%에 달한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14%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히스패닉은 낙태와 피임을 꺼리기 때문에 출산율이 매우 높다. 현재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절반은 27세 이하다. 현재의 10대들이 앞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경우 인구증가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히스패닉계가 아닌 백인의 절반은 이미 40세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인종 분포에 확연한 차이가 보이는 것이다. 히스패닉은 이미 2년 전에 흑인 인구를 앞지르며 미국 내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떠올랐다.

◆ 정치.경제적 파워 형성=히스패닉의 정치력 신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다수의 장관을 배출한 것에서 드러난다.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 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헥터 바레토 중소기업청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히스패닉을 종업원으로 둔 중소기업 경영자나 이들과 각종 거래를 하는 기업 관계자들이다. 스페인어는 이미 미국의 제2국어로 통한다. 마이애미시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식적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가 뒤섞인 '스팽글리시'란 신조어가 등장한 지도 꽤 됐다. 히스패닉을 겨냥한 상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의류와 식품분야 등에서 이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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