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호스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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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반도체회로의 극소화, 기능의 극대화는 로보트의 각종 지능을 높이고 있으며 지능이 높아지는데 따라 이들의 진출범위도 점차 확대되고있다.
지금은 가동중인 로보트의 거의 모두가 2차 산업인 제조산업에만 몰려있다. 로보트를 쓰면 가격에 비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또 더 많은 산업로보트가 팔릴수록 로보트의 대 당 생산단가는 싸지기 때문에 수요의 가속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산업용로보트분야는 혼자서도 굴러갈 수 있는 속도를 얻어 급성장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런 산업용 로보트의 독주현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이 1차 산업 및 3차 산업 등 지능로보트. 아직까지는 해내는 일에 비해 가격이 비싸 보급이 어려웠지만 사용자에게 다각적인 편리를 제공하는 로보트가 등장함으로써 이 방면의 로봇도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가고 있다.
1차 산업분야에서의 로보트의 진출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우선은 농업분야에서 선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생산형 농업이나, 규격화된 실내 재배공장에서는 로보트의 기능을 다른 기계나 인간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트랙터나 콤바인 등을 사용하는 농법에서는 이들 기계들의 무게 때문에 흙이 다져져 식물생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처럼 만든 틀에다 기계 팔을 여러 개 부착시켰을 때는 토양의 물리적인 성질을 바꿔주지 않고도 밭갈이에서부터 파종·시비·농약살포·수확·수송 등을 일관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농부들은 다만 무엇을 심을 것인가를 결정해, 씨앗주입장치에 넣어주고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로보트는 이 씨앗은 몇 개씩 어느 깊이에, 얼마만한 간격으로 심어야 되는지를 입력장치에서 분석해내고 그에 따라 밭을 파고, 씨를 심는 일을 해낸다.
토양에 수분이 적을 때는 크레인형의 기계가 펌프를 돌려 지하수를 뽑아, 밭에 뿌리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고, 병충해가 생기면 농약을, 그 식물의 성장에 따라 필요할 때는 비료를 주게 된다.
농업이외에 축산·임산 분야에서도 로보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해양개발 및 수산분야의 로봇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원부족으로 해저자원의 활용이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는 로보트의 등장이 자원개발에 새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육지에서의 채광, 채탄 및 운반 등에도 로보트는 많은 장검을 갖고있다.
우주는 로보트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분야로 우주기지건설, 달 표면에 주거환경 시설 등에 대단한 실력을 보일 것이 예상된다.
3차 산업에 로보트도입은 1차 산업보다 더욱 늦어지겠지만 20년 이내에 상당한 비중을 갖고 파고들것이 확실하다.
예를 들면 총각 회사원의 경우, 아침에 로보트들이 조리해 놓은 조반을 들고나서 로보트에게 그릇 닦기·청소 등을 지시해 놓고 출근길에 나선다.
하루종일 자동화된 사무실(OA)에 앉아 단말장치로 일을 처리하고 나서 몇 사람이 어울려 퇴근길에 술집에 들른다. 계획에 없던 술을 마시게 될 때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로보트에게 아침에 지시한 저녁메뉴를 간단한 것으로 바꾸도록 수정지시를 내린다.
술집 문 앞에선「마릴린·먼로」형의 로보트가 고개를 숙여『어서 오십시오』라는 인사를 한다. 만일 단골 손님이고, 술집주인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로보트에 기억시켰다면 당연히『李○○선생님 안녕하세요. 그저께는 댁에 잘 들어가셨습니까』라는 인사를 받게된다.
술집 안에서도 서비스는 모두 인간형으로 꾸민 로보트들이 맡게 된다.
이러한 서비스분야 이외에도 3차 산업에서의 로보트의 활용범위는 넓다. 건축· 토목등 대형이면서도 세밀한 공사라던가, 운수·창고·하역작업, 가스·수도관련분야, 전력·통신에서 로보트의 진가가 입증된다.
위험이 수반되는 원자력분야, 소방·재해복구, 전시 중에 폭약매설 등의 업무는 로보트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속한다.
의료·복지분야에서는 의지·의수 등 부분적인 역할을 하는 일종의 기계장치를 비롯해 진찰을 하는 로보트, 간호보조원의 역할을 맡는 로보트들이 의료의 길을 높이게된다.
그밖에 교육 및 게임용 로보트들도 사랑을 받게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쯤 되면 어린이용만이 아니라 성인용 오락·교육로보트들이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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