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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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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온·고압을 이용하여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압력솥 (원명=프레셔 쿠커) 은 작년 6월 중순 공업진흥청의 사후검사품목으로 지정되면서 그간의 난제였던 안전도가 해결돼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영국왕실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압력솥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지난 68년 유럽·미국·일본 등지를 거쳐서 였다. 그후 당국의 현미밥 장려시책에 힘입어 72년부터 국내에서 제조·판매되기 시작, 79년에 이르러서는 42개 제조업체가 난립하는 러시를 이루기도 했으나 자본영세·기술개발부족 등으로 대부분이 도산하고 현재는 10여개사가 남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 제조업체는 연료사용에 따라 가스요 제조업체와 전기용 제조업체로 대별된다.
서울의 세광 알루미늄 공업사(풍년)· 대원전기 (대원). 인천의 서울 엔지니어링 (캐스탈). 대전의 삼학공업사(보배), 부산의 풍양금속 (비둘기), 대구의 선학알루미늄(선학)등이 가스용 생산업체다.
전기용은 가스용보다 늦게 시도돼 작년부터 시중에 선보이기 시작, 선두주자 격인 마마전기(마마)와 현주전기 (현주)를 비롯, 최근에는 성창전기 (내셔널)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압력솥의 원리는 간단히 말해 용기를 밀폐하여 가열시킴으로써 생기는 내부의 수증기압력을 이용하는 것. 즉, 추의 무게를 이용하여 1·3kg/cm2로 가압하여 솥 안 온도가 섭씨 1백20도 정도를 유지토록 함으로써 조리시간의 단축을 가져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압력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바로 안전도다. 공업진흥청에서 실시하는 안전도 검사에는 뚜껑에 부착된 압력조절 추와 안전밸브가 재대로 작동하는지의 여부가 중심이 된다.
압력조절 추란 뚜껑 한가운데 매달린 추를 가리키는 것으로 조리 때 용기의 압력이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추가 자동으로 흔들리면서 용기 속의 압력이 빠져나가게 돼있는 장치다. 이것을 간단하게 제1안전장치라 부르기도 한다.
제2안전장치라고도 불리는 안전밸브는 압력조절 추의 구덩이 이물질로 막혔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부설한 것으로 압력조절추가 작동을 안 하면 수직으로 서있던 안전밸브가 자동으로 직각으로 꺾이면서 용기 안의 압력이 빠져나가게끔 된 것을 말한다.
검사규정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제조업체에 따라 제3, 제4의 안전장치를 부착시킨 제품도 있다.
뚜껑부분에 온도퓨즈를 부착해 제1, 제2안전장치가 모두 구멍이 막혀 작동하지 못할 경우 한계온도 이상이 되면 퓨즈가 자연히 녹아 압력이 빠져나가게 하기도 하고 사용자의 부주의로 조리가 끝난 후에 안전밸브를 젖혀주지 않아 생길지도 모르는 폭발사고에 대비하여 손잡이 근처에 안전장치를 달아 뚜껑이 이탈하기 전에 미리 공기를 빼주는 것도 있다.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압력솥의 재질은 알루미늄 합금제와 스테인리스 스틸, 그리고 알루미늄과 주물이 섞인 것 등 3가지가 쓰이고 있다.
소비자연맹이 작년6월 실시한 압력솥 사용 비교시험결과에 따르면 알루미늄제품은 열전도율이 좋고 가벼운 장점이 있으며 스테인리스제품은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나 튼튼하고 산성에 강하다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압력솥은 용량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난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가스용 종류로는 3L에서 9L까지가 있는데 회사에 따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다르긴 하나 대개 l만8천원에서 2만6천원 정도로 L당 1만원안팎의 차이가 있다.
전기용은 가스용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 3·5L짜리가 4만1천5백원 선이다. 전기용은 현재 4·5L짜리도 마마전기에서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시판가격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기용은 가스용에 전기로 된 발열장치를 부착시킨 것으로 취사 때 번거로움이 없고 전원으로부터의 자동제어가 손쉬우며 전원코드를 뽑지 않으면 3시간정도 보온기능을 발휘한다.
압력솥의 대체적인 수명은5년 정도. 전기용이 가스용보다 약간 수명이 짧다.
부품의 수명은 이보다 짧아 실리콘으로 된 고무패킹의 경우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한번 바꿔주는 것이 좋다.
또 1회사용으로 기능이 정지되는 온도퓨즈는 반드시 즉시 갈아 주어야한다.
이러한 부품교체 및 고장수리는 큰 업체에서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데 패킹교체1천5백원, 온도퓨즈교체 5백원을 받고 있으며 일체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다.
압력솥이 일반 솥에 비해 지니는 장점이라 한다면 조리시간 단축과 밥맛이 우수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최칠호 박사(전 경남대 교수)는 가압으로 인한 고온유지로 조리시간이 3분의1정도 단축되나 실제로 압력솥은 가열을 멈춘 후에도 솥 안 압력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섭씨1백20도에서 1백도로 내려오는데 20분 이상 걸려 이사이에도 계속 익혀지기 때문에 실제 가열시간은 4분의1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정우 교수(숙명여대·가정관리학)의 76년 시험결과에도 연로사용시간은 가스사용 때 고온으로 10∼11분, 저온으로 3분 끓인 후 불을 끄고 9분간 뜸을 들이면 밥이 돼 연료사용 시간이 양은솥이나 전기밥솥에 비해 가장 짧았고, 조리시간도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을 끓이는 경우에도 가압솥은 양은솥에 비해 82∼1백분 정도의 시간이 단축됐고 연료소모량도 절반 또는3분의1정도로 충분하다는 것도 아울러 밝혀졌다. 압력솥을 구입할 때는 우선 공업진흥청의 검사필증(【검】표시)이 있는가를 살펴 봐야한다. 다음에 뚜껑이 부드럽게 작동하는가를 시험해보고 손잡이 등도 정 위치에 달려있는가, 튼튼한가의 여부를 체크해야한다.
가능한 안전장치가 여러 개 부착된 것이 좋으며 안전장치 등의 부품이 놋쇠로 만들어 도금한 것은 밥에 시커먼 물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피해야한다.
압력솥은 특히 취급 때 각별한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취급 전에 설명서를 충분히 읽어야한다는 것은 기본상식. 다음에 압력조절장치가 막혀 있지 않는가를 반드시 확인한다옴 사용토록 한다. 최대 조리 용량을 반드시 지켜 솥의 깊이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해야하며 뚜껑은 반드시 증기를 완전히 뺀 다음 열어야한다. 이때 뚜껑이 조금이라도 저항을 받으면 속에 압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압력조절장치와 고무패킹을 잘 손질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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