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제조업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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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11만3155개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로 한국 대표기업이 줄도산했던 1998년(0.7%)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한국은행(한은)이 법인세를 내는 국내 기업(비영리·금융 제외) 전체 실적을 분석해 16일 내놓은 결과다. 61년 한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매출과 함께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 세전 순이익률은 2012년 5.2%에서 지난해 4.7%로 하락했다. 1000원어치 팔아봤자 이제 50원도 못 남긴다는 얘기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과 환 변동으로 수출 대기업 판매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이 떨어졌다”며 “아직 예단하긴 어렵지만 올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 엔진이 식으면서 국내 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도 ‘실적 쇼크’에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고, 현대·기아차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의 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분기에 창립 이래 최대 적자를 내서다. 삼성중공업은 적자 누적으로 그룹 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올해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제조업체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포스코·현대모비스·기아차 6곳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6개 기업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4분기 관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6곳 중 SK하이닉스와 포스코·기아차 정도만 지난해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조현숙·손해용·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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