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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정기국회 뒤 개헌특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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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서 백범 김구의 흉상을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3박4일의 중국 방문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사진 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상·하수도관 누수로 인한 지반침하 실험을 살피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사진 오른쪽). [뉴시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6일 개헌 문제와 관련,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 터지듯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를 촉구한 데 대해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당내 친박계가 2016년 총선 이후로 개헌 논의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선 “(개헌 논의가 성공하려면) 다음 대선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산안이 통과되고 나면 여야 합의로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걸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론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 개헌 논의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이기 때문에 진영논리에 빠져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며 “이제 권력을 분점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개헌 논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원래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선호했는데 요즘 진영논리에 의한 양극 대립을 해결하려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二元執政)제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집정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내치를 분담하는 형태다. 그런 국가 중 오스트리아는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고, 대통령이 임명하긴 하지만 사실상 하원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가 돼 국정 전반을 이끈다.

 김 대표는 “대통령제에선 유능한 대통령에겐 5년이 너무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겐 5년이 너무 길다”며 “(이원집정제·내각제에선) 총리가 문제가 있으면 바로 바꿀 수 있고, 내각이 잘하면 길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현행 소선거구제가 지역감정을 배경으로 하는 양극적 정치체제란 지적이 있는데 그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나 석패율제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김 대표의 방중 성과를 주제로 열린 자리여서 김 대표가 처음부터 작심하고 개헌 얘기를 들고 나온 건 아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가 스스럼없이 개헌론의 불가피성을 꺼낸 것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하게 방향을 정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제에 호감을 표시한 것도 주목된다.

 여야의 개헌 추진세력은 개헌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원집정제를 공통분모로 활용해 왔다.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등 여야의 많은 중진이 찬성하는 방안이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은 친박계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요즘 김 대표가 당무감사를 실시해 당협위원장 교체를 추진하는 문제를 두고 친박계는 “자기 사람 심기 아니냐”며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개헌 논의 찬반 논란까지 겹치면 당내 분란이 본격화될 수 있다. 아직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영향권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기까진 변수가 남아 있다.

 김 대표의 발언을 듣고 한 친박계 중진은 “지금 개헌 주장을 하는 건 대통령 흔들기”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하진 않았지만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한 발언에 다시 말을 보태면 그게 바로 블랙홀에 빠지는 것”이라며 “경제 살리기에, 공무원 연금개혁에 할 일이 태산인데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쾌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을 들고 나오다니 벌써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걷자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반면 우윤근 원내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말씀을 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우 원내대표는 “개헌을 해도 박 대통령의 5년 임기는 보장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통합의 상징으로 놓아 두고 총리를 국회에서 뽑아야 한다”며 이원집정제 지지의사를 밝혔다.

상하이=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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