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교복 입은 여성 나오는 야동 무죄"…음란물 기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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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상영했다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유죄일까 무죄일까. 아동음란물 단속 건수가 폭증하는 가운데 현행법상 처벌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음란물을 전화방에서 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1)씨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깬 것이다. 1,2심재판부는 해당 동영상은 ‘명백하게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나오는 음란물로 판단, 처벌대상이라고 봤다.

교복을 입은 여성이 나오고 여고생ㆍ여학생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로 볼 때 성인일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복을 입었거나 어려 보인다고 단순하게 ‘아동ㆍ청소년 음란물’로 볼 수 없고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등장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상태 등이 명백히 아동ㆍ청소년으로 보여야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캡쳐된 사진, 동영상 증거를 재판부가 본 다음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이 한 해 수천명씩 아동음란물 유포, 소지자를 단속하고 있는데 법적 처벌기준이 모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유포 등으로 경찰에 단속된 인원은 지난해 3130명에 달했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아동ㆍ청소년인지 성인인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모호한 규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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