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기상이변...|혹한주범은 「북극기단」|제집 떠나 북미 쪽서 서성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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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동구·시베리아 등이 20일 이상 계속되는 금세기 최대의 한파 속에 떨고 있다.
미국 밀워키시에서는 기상관측소가 생긴 1백여 년 만에 처음 겪는 영하 32도의 혹한이 몰아쳤고, 동북부 일대는 체감온도가 영하 74도에 이르는 그야말로 매서운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이변」이라면 과거 25년 간의 기상변화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났을 때를 말하는데 이번의 한파는 기상이변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왜 이런 기상이변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서 혹한이 계속되는지 만을 알고있을 뿐이다.
이번 한파를 몰고 온 주범은 북극에 중심을 두고있는 북극기단(폴러캡)으로 이 기단의 가지들이 북위40도 남쪽까지 밀고 내려와 서서히 이동하는데서 비롯됐다.
이 북극기단은 평상시에는 겨울철에 북위50∼40도까지, 여름에는 북위60∼50도까지 수평으로 덮고 있다. 쉽게 말해 지구가 북극기단이라는 찬공기의 모자를 쓰고있는 것과 비슷하다.
기단의 형태를 북극상공에서 보았을 때 찬 공기의 형태가 둥글면 1파형, 땅콩 모양이면 2파형, 3갈래면 3피형으로 불린다.
예년에는 보통 5∼6파형으로 분산, 약화된 상태로 찬공기가 이동했으나 금년에는 3파형, 또는 변형된 3파형으로 찬공기가 뭉쳐서 다니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모자를 비뚜름하게 쓴 형태여서 북극기단의 중심이 북극에 있지 않고 캐나다 북쪽의 뱅크스만 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 때문에 북미 쪽 한파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즉 북미 쪽은 3파중의 한줄기가 길게 뻗어 내려가 있는 데다「찬공기의 눈」이라 할 수 있는 한핵마저 쏠려 있어 유래 없는 혹한과 폭설을 겪고 있는 것이다.
3파의 가지가 내려와 있는 지역은 캐나다 허드슨만·오호츠크해·지중해 등. 동구지역을 휩쓴 한파는 지중해로 뻗친 파의 영향 때문이며 우리나라에 지난 1주일간 추위를 몰고 온 한파도 오호츠크해에 중심을 둔 5천5백m 상공에서 중심기온이 영하45도나 되는 한랭한 공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서서히 동쪽으로 물러남으로써 수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북극기단은 또한 독특한 움직임을 갖고 있는데 기단의 공기는 하루에 10도씩 동쪽으로 이동하나 각파의 한핵은 정체하는 수가 많다. 핵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한달 내에 한번 지구를 회전하게되며 핵은 3개월, 길면 6개월까지 걸린다.
이 때문에 장기예보에서는 각 파의 핵의 움직임을 보고 내리게 된다.
아무튼 현재 비뚤어진 3파형의 북극기단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므로 ♀리 나라는 겨울에 이상한파는 이 이상 없다하더라도 봄·여름기상은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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