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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한스·큉」 교수 명동성당서 강연|교회는 복음적·규범적이어야…|다스리기보다는 만인에 봉사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그리스도가 살아서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오늘의 가톨릭 교회에서 시비를 따지는 인위적 피임이나 자연적인 피임의 어느 것도 권유하시는 일이 없을 겁니다.』
교황의 무류성 교의에 이의를 제기, 한동안 세계 신학계와 기독교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른바「 한스·큉 사건」의 주인공 「한스·큉」 교수 (54·독일튀빙겐대)가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적인 신학자이며 가톨릭의 신부인 그는 방한 첫날부터 한국 목회자들과의 대화, 강연회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폭넓은 자신의 구회관과 기독교 휴머니즘의 문제, 교회일치 운동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오늘의 교회들은 교회안의 자유나 인권문제는 접어둔 채 교회밖의 국가사회의 자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신자들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지운 채 만인을 위한 봉사에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한스·큉」 교수는 18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 사도회관에서 가진 『현대인은 과연 무엇을 믿을 것인가』 (부제 「길잃은 사회에서 크리스천의 나갈 길」)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교회는 최소한 신앙에서 비롯된 판단을 기초로한 윤리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교회의 번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제, 하나님은 교리나 교회 안에서의 신앙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구체적인 하나님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은 예수의 구체적 인간 행적을 따르는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는 『교회는 반드시 복음적이고 규범적이어야 하며 교리를 배울 때 처음부터 이론과 실친을 연결시킬 수 있는 코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회 일치운동을 위해서는 불교를 포함한 모든 다른 종교와의 대화가 필요하고 또 서로 배워야 한다는 것-.
「한스·큉」 교수는 『불자이건, 무신론자이건 인간궁극의 욕구인 절대성을 추구하다 보면 하나님의 절대성과 합치하게 될 때가 많고 그렇게 되면 종교신앙은 결국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오늘의 복음화 방법은 『다수를 다스리겠다는 것보다 다수에 봉사한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스·큉」 교수는 19일 하오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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