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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에 승부 걸었어야"|"최충일은 재기가능"|나바레테, "최는 지독한 복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최충일과 「나바레테」는 복싱스타일은 물론 모든 게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최가 온실에서 곱게 자란화초라면 「나바레테」는 모진 비바람속에 꿋꿋이 버터온 야생화와 같았다. 김태식이 WBC 플라이급 챔피언 「아벨라르」 (멕시코) 와 타격전 끝에 KO 패했듯이 최충일 역시 그 동안 너무나 주먹다운 주먹을 맞아 보지를 못했다. 맷짐이 너무나 약한 것이다.
반면에 프로경력 9년에 50전을 자랑하는 베테랑 「나바레테」는 5회에 다운, 카운트 8에 겨우 일어나는 위기를 맞고도 6회 이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결국 역전승을 거두는 끈기와 저력을 과시했다. 5회의 다운은 공이 「나바레테」를 살려 냈지만 국내에서였다면 KO승을 거둘 수 있는 아까운 순간이었다. 9초나 빨리 회수종료공이 울렸던 것이다.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김철호도 『안타까운 역전패였다. 10회에 다운을 당한 것이 부담이 되어 대시하다 카운터 블로를 허용한 것 같다. 그러나 최선수가 너무 스트레이트로 일관하는 복서여서 수그리고 들어오는 「나바레테」에게 복부가격을 허용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최는 이날 5회에 다운을 뺏은 뒤 6회에 좀더 적극공세를 폈더라면 승부의 양상이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작전상의 미스도 지적되고 있다. 6회에 소극적으로 나간 것이 「나바레테」를 회생시켜 준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최는 맷집도 약했지만 더위에 위낙 약한 체질이어서 10회부터 서서히 체력이 달려 복부를 맞고 다운 당한 것이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최익 공격 너무단조>
○…최가 아마추어 때 갈고 닦은 좌우스트레이트는 나무랄데가 없었지만 공격이 너무 단조로왔고 10회전 이상을 뛰어 보지 못한 체력도 노련한 「나바레테」를 굴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최가 13연승 (12KO)으로 92%의 높은 KO율을 자랑했지만 상대한 선수가운데는 수준급 선수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펀치의 강도에서 「나바레테」보다 한수위라고 생각한 것도 착각이었다.

<최는 건실한 복서>
○…현재 가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고 자신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최의 진로는 불투명한데 국내 전문가들은 최는 술·담배를 모르고 누구보다 생활이 건전해 체력만 보완한다면 또 한번 세계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챔피언, "다운 처음">
○…경기가 끝난뒤 「나바레테」는 기자들에게 『최는 지독한 파이터다. 그의 치고 빠지는 복싱에 놀랐다. 내가 링에서 다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애국가를 먼저 연주>
○…「페르난도·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경기시작 30분전에 링사이드에 도착, 경기를 관전했으며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이 만들어준 타이틀 벨트를 「나바레테」에게 직접 채워 주었다.
또 경기전 예식에서 챔피언 국가를 먼저 연주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도전자 국가인 애국가를 먼저 연주해 이채를 띠기도. 이외에 경기전에 「나바레테」가 두살난 딸을 링 위에 데리고 올라오기도.

<한국인엔 마의 체급>
○…한국은 서강일 이래 김현치 김대호 오영호 그리고 최충일에 이르기까지 5명의 복서가 이 체급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하는 등 슈퍼 페더급 (WBA는 주니어 라이트급)은 한국 프로 복싱의 마의 체급이 되고 말았고 필리핀에서는 서강일·김현치 등 3차례의 도전이 모두 무산됐다.

<30분간 수술받아>
○…외신에 따르면 KO패 당한 최충일은 이번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고 마닐라 병원 의사들이 17일 밝혔다.
의사들은 최가 코뼈 골절상으로 약 30분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의 부상은 심각한 것은 아니며 곧 퇴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를 치료한 의료진 가운데 한 의사는 『최가 강인한 사람으로 현재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휴식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의 매니저 서순종씨는 최가 「나바레테」의 북부가격으로 인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점은 서로 비슷>
○…10회까지 채점은 「하세트」 주심(미)은 96-96%으로 동점을 기록했으며 필리핀 부심은 97-94로 「나바레테」의 우세를, 한국의 김기윤 부심은 97-94로 최충일의 우세로 채점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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