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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式 해법 北에 적용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담 이후의 미국 반응은 온건론이 우세하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거라던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회담을 또 하느냐"는 질문에 "검토해 봐야 하겠지만 중국이 그걸 원하고, 다른 나라들도 관심이 있다"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회담은 유익했고 우리는 목표를 이뤘다"면서 "최초의 만남으로 긴장완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강경파로 꼽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조차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발을 뺐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했다는 '대담한 제안(bold proposal)'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제안을 검토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당장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적잖이 만족하는 눈치다.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의를 표했다. 부시 대통령이 26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북핵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온건론만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베이징 회담이 끝난 몇 시간 뒤 논평을 내고 "북한은 그동안 행동의 결과를 통해 해당 지역뿐 아니라 국제사회 대부분을 조롱해 왔고,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과 협조해 북한문제를 유엔에 상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떤 의미에서 북한은 이라크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강경론을 폈다.

따라서 북핵 사태가 외교적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유엔을 통해 비난성명과 경제제재 결의안을 내면서 압박작전을 시작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의 온건 분위기가 북한의 '대담한 제안'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끝난 이후에도 이어질지, 다시 강경 쪽으로 방향을 틀지에 따라 북핵 사태 해결의 큰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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