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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인터넷 몰이해가 부른 검찰의 헛발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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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효식
사회부문 기자

1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 과장급 실무자 10명이 모였다. 이들은 최윤수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주재로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수사에서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방안’ 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18일 대검 주최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대책회의 이후 한 달 만의 행사였지만 회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임정혁 대검 차장이 주재한 당시 회의는 참석자가 네이버·다음·네이트·카카오 임직원과 유관 부처 본부장·국장급 간부 등 17명이었던 데 비해 이번엔 실무자급으로 바뀌었다. 또 지난번과 달리 다음카카오 관계자를 포함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회의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회의 직후 검찰은 “카카오톡 등 사적 대화는 명예훼손 수사 대상이 아니다” “실시간 키워드 검색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지난달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방침으로 국민을 놀라게 한 검찰이 스스로 입장을 뒤집어엎은 셈이 됐다.

 최근 사이버 검열 공포와 사이버 망명은 인터넷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검찰의 섣부른 대응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 발단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 사이버상의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 발언이었다. 이게 이틀 뒤 대검의 범정부 대책회의로 이어졌다. 당시 검찰 문건에는 포털 사이트 댓글만이 아니라 카카오톡 등 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 유포, 명예훼손 사범에 대한 수사 대책이 담겼다. 유언비어·명예훼손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특정단어 키워드 검색방식의 모니터링 방법도 적혀 있다. 온 사회가 사이버 감시 공포에 떨었다.

 이후 검찰이 “SNS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의사도 없고 기술적 능력도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이버검열 공포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13일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집행 거부라는 초유의 ‘불법 선언’을 낳은 원인이 됐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스마트폰의 메신저 대화 창을 확인하고 인터넷망에 접속해 살고 있다. 이중 카카오톡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만 2920만 명, 대화건수가 60억 건에 이른다. 실제 생활공간이다. 검찰은 이제 국민의 실생활을 위협하는 설익은 대책은 함부로 내놓지 말아야 한다. 엄포식 발표도 자제해야 한다. 다음카카오의 잘못도 검찰 못지않다. 그동안 수사기관에 편법적으로 카톡 대화내용을 제공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주가만 바라보지 말고 인터넷업계 혁신의 아이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정효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