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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인생 첫관문에 불과 꼴인지점 보고 뛰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학 입시를 며칠 앞둔 수험생들의 마음은 매우 초조하고 불안하기 그지없을 줄로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의 마음도 수험생 못지 않게 초조와 긴장으로 가득차 있으리라고 믿어집니다.
며칠 전 어느 일간신문에서 한 수험생이 학력고사의 성적이 나쁜 것을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살한 수험생의 부모님의 충격은 얼마나 컸겠으며 비통한 마음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못가는 학생도 있다>
대학 입시를 둘러싼 이러한 비극은 결코 자살한 수험생과 그 가족만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비극이며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공동의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길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위해서 결코 큰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이나 다른 기업체로 취직하는 근로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근로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부럽겠읍니까.
하물며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없는 성적을 얻었다고 해서 비관자살을 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이는 근로청소년들의 마음을 더욱 멍들게 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사회와 우리 학부모님들의 생각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그릇된 교육관과 대학관이 항시 대학 입시생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상당수의 기성인들의 생각속에는 아직도 대학 교육을 개인의 영달이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착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이 깊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항상 이러한 그릇된 생각은 우리들 스스로가 모르는 가운데 우리들의 자녀들의 의식속에 전파되고 전염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류병은 사라져야>
자기 일신의 출세와 부귀영화를 위해서 대학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은 국가나 사회의 이익보다는 항상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살고있기 때문에 남을 앞질러 자기만이 올라가려는 경쟁심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그릇된 경쟁심은 우리사회에 1류병의 고질병을 안겨주었읍니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구미등의 선진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서 사회의 분열, 국민간의 반목. 권력의 남용등 모든 반사회적 반국가적 행위를 크게 일으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그릇된 경쟁심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은 내가 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가 하는 그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합니다.
남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생각, 부모가 돈이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생을 보내기가 쉬운 것입니다. 하물며 부모님의 권위(의식)와 스승의 강요에 의해서 세칭 명문대학에 입학할 목적으로 본인의 뜻과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한다면 결코 바람직스러운 대학생활은 가질 수가 없으며 먼 훗날에는 그늘진 인생을 보내기가 쉬운 것입니다.
1류대학의 순례자처럼 오직 명문대학을 찾아 3수 4수 했다는 수험생을 만나 본 적이 있읍니다.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1류대학 순례자인 이 가련한 수험생은 드디어 5수만에 염원하던 1류대학에 합격을 했읍니다. 그 끈기와 노력에 찬사를 금할 수 가 없었읍니다.

<학문의 목적인식을>
그러나 그 수험생은 첫해는 의과를 지망했고 다음에는 사회계열, 그 다음해에는 공학계열등 닥치는 대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종말에 선택한 것은 농과였읍니다. 오직 명문대학의 순례자로서 초지일관 승리는 거두었읍니다만 대학을 순례하기 위한 재수기간에 이 수험생의 어머니는 홧병에 정신병을 얻었읍니다.
이러한 수험생은 가고 싶은 대학에는 합격했으나 진작 하고싶었던 학문은 영영 잃어버렸읍니다. 화목한 가정과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대학교육의 바른 뜻과 인생의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육을 받아도 바른 인생을 살수가 없는 것입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없다면 이는 진정한 지성인이 못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염원하는 교육은 우리의 인생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는 교육이어야 됩니다.
대학교육이란 어디까지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수단중의 한가지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우리인생의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 수험생들은 대학의 문을 두드리기에 앞서서 자기의 인생의 지표를 성실하게 정해야 할 것입니다. 남을 짓밟고 나만이 혼자 잘살겠다는 개인주의적인 경쟁인이 아니라 남들과 더불어 사이좋게 살고 이웃과 힘을 모아 내고향과 내나라를 위해 사회의 협동인으로서 국가의 봉사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대학교육을 받아야한다는 사명의식을 느껴야하는 것입니다.
탐욕과 허영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창조의 의욕을 갖고 낡고 좁은 교육관을 버리고 광활한 세계를 향해 새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대 야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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