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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에 파사태관련 「출처불명의 기사」 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미국의 주요신문들은 폴란드사태와 관련,「출처 부명의 기사」들을 연일 크게 싣고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즈등 5∼6개의 소위 권위지들이 출처나 필자를 밝히지 않은 기사를 잇달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신문들은 대부분이 폴란드에 상주 특파원을 두고 있으면서도 계엄령 후 나온 폴란드국내 기사앞에는 「다음은 폴란드에서 들어온 소식들을 종합 한 것」이란 요지의 단서만 붙이지 예전처럼 바르샤바· 모월모일모모기자라는 정확한 발신지 및 필자기명은 하지 않는다.
모든 기사에 반드시 필자이름을 밝히고 그 글을 쓴 사람이 기사내용에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제도를 오랫동안 지켜온 미국언론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신문들이 이런 「편법」을 쓰고있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12월13일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14일부터 나흘동안은 현지 주재기자들이 본사와 연락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었다. 군정당국이 텔렉스나 전화선을 모조리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68년 소련의 침공 때도 볼 수 없었던 정보 봉쇄였다. 이 동안엔 모든 외국통신이나 방송들이 거의 전적으로 여행자들의 목격담이나 가톨릭교회관계자들의 제보·소문, 간신히 밀반출된 조각기사, 정부발표등에 의존했다.
신문사로선 싣기는 하되 책임은 질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기명도 할 수 없었다.
12월8일부터 기자들의 기사송고는 허용 됐지만 군정당국의 철저한 검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알짜소식들은 여전히 비공식루트로 입수해서 실어야 한다. 모 특파원들이 갖가지 경로로 보고해오는「쓰지 못한 내용」들도 소화하면서 폴란드 안에 남아있는 그들의 입장을 살려주려니 기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물우물 만들어진 것 같은 이 같은 기사의 내용엔 기밀에 속할 고급정보들이 적지 않다. 어떤 기사들은 폴란드군사정부내에 「깊숙이 침투」하지 않고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는 것들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주요신문들은 CIA같은 미국정보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기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폴란드 계엄령 선포문이 이미 지난해9월 모스크바에서 인쇄됐다는 경보나.「래흐·바웬사」가 협항조건을 내걸고 투쟁중이라는 소식들은 모두가 미국정보기관들이 낚은 수확물이다.
그러나 첩보기관들이 넘겨주는 정보중에는 소련이나 폴란드군사정부를 향한 미국의 「선전용」도 있게 마련이고 소련의 선전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정부나 정보기관의 조작된 「역정보」도 있을 수 있다.
언론기관들은 나를대로 믿용직한 것들만 걸러내 싣는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정확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레이건」 정부가 반공색채가 강한만큼「역정보}의 위험은 더욱 크다. 특히 폴란드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벌이고 있는 선전전은 과거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미국은 현재▲미국의 소리방송 (VOA) ▲자유유럽방송▲라디오리버티등 3개 방송망을 가지고 있는데 주간 l천8백98시간동안 60개국어로 방송하고 있다. 세 방송국의 종사원은 3천9백명이고 예산규모는 1억9천7백만달러다.
이에대해 소련은 단파방송인 라디오모스크바를 통해 82개국어로 주한 2천73시간 방송하며, 그 예산은 7억달러에 이른다. 소련은 이밖에도 국영타스통신과 노보스티통신망을 가지고 있으며 평화발전방송, 이란의 소리방송과 같은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기구를 활용하고있다. 소련이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선진국에 쏟아넣는 돈은 연간 자그마치 30억달러. 미국은 물량에서도 소련에 밀리고 있지만 최근 미행정부가 유럽에서의 핵전가능성을 발설한 뒤 반핵데모가 일어나는 등 분위기도 미국에 불리해 졌다.
소련은 미국을 평화의 파괴자로 몰아붙여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을 궁지로 몰아가는 소련의 선전수법가운데는 고도로 조작된 역정보를 유포시키는 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의 친서를 조작하여 교묘하게 유출시킨다든지 조작된 기밀을 유포시키기도 한다.「레닌」이 일찌기 지적했듯이 「정보무기」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있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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