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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순경시절 뒷골목순찰하던 자세로 시민생활 보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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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순경출신 치안총수 제1호. 30년 외곬 경찰관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치안본부장의 중책을 맡았다.
5척단신에 건강미 넘치는 동안.
새해 연휴 사흘동안 통금해제방안 마련 실무팀장을 맡아 정신없이 뛰는 사이 어느 날 갑자기 치안총수로 발탁됐다.
『너무 바빠 집무실에 제대로 앉아 보지도 못했습니다. 치안본부장. 그것도 해방37년만에 통금이 풀린 첫해에 치안책임을 맡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요. 3O년전 파출소 순경으로 주택가 뒷골목을 순찰하던 겸허한 자세로 시민생활을 지킬 결심입니다.』
-경찰에 몸담게된 동기는-.
『군에서 제대한 22세때 속리산근처 벌목장에서 가난한 나무꾼들이 힘들여 캔 목재를 돈많은 목상들이 강탈하듯 빼앗아가는 것이 하도 억울해 이를 응징할 수있는 조그마한 권한이라도 쥐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18세 때 고향인 황해도 벽성에서 단신 월남, 6·25를 겪고 일자리가 없어 속리산에서 화전을 일구었으며 산판에서 막일을 하면서 겪은 뼈저린 가난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정상에 오른 비결은-.
『순경에서 총경까지 줄곧 시험을 치러 승진했습니다. 꼬박 13년이 걸렸지요. 남다른 학벌도 없고 빽줄도 없어 틈나는 대로 시험공부를 했지요.
총경이 되기까지는 99%노력에 1% 운이었지만 치안감에서 본부장이 된것은 99% 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순경초임때 (서울영등포경찰서대림파출소)보초근무 중 달빚아래서 공부를 했고 독학으로 국제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할 정도의 실력을 쌓은 사실은 애써 감추려든다. 69년 월남대사관에 경찰주재관으로 일하면서 해외로 탈출한 위장간첩 이수근을 사이공 공항에서 붙잡은 무용담도 그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경찰체질개선방향은-.
『누가 뭐라해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새로운 경찰상을 뿌리내릴 결심입니다.
병력장비·처우개선등 경찰도 요구할 것이 많지만 이에 앞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맡았다는 소명감으로 치안유지에 앞장서야겠지요.』
체질개선을 위해 인사바람을 일으키는 등 쇼크요법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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