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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장관이 신년구상『인터뷰』까지|발표 6시간전 남총리가 「마지막 오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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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격적으로 단행된 1·3개각작업은 81년이 다 저문 구랍 31일 낮 전두환대통령이 남덕우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통고한 직후부터 부상.
전대통령은 남내각이 제5공화국의 출범에 있어 기여한 공로를 높이 치하하고 자신의 새로운 개각구상을 처음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총리는 31일낮 총리실종무식을 마친 뒤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 올라갔다.
따라서 31일 종무식까지도 내각에서는 이렇게 빨리 개각이 단행될줄은 누구도 몰랐던 것 같다.
종무식직전에 총리실에서 경제장관을 불러 경제협력관계에 대해 회의를 했고 회의결과가 미진해 3일저녁 6시 다시 총리공관에서 모이기로 약속까지 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이는 더욱 명백하다. 이 경제장관회의는 개각예정 때문에 부랴부랴 취소됐다. 다만 이범석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하루전인 30일 통고를 받았다는 후문.
○…3일저녁 청와대에서 개각이 발표되기 6시간전 퇴임하는 남총리는 삼청동공관에서 이번에 물러나게 된 신병현부총리등 4명의 경제장관을 불러「마지막 오찬」을 베풀었다.
이 오찬초대 전갈은 이날 아침 총리공관비서를 통해 은밀히 전달됐다. 마침 부산에 내려가 있던 박봉환동자부장관은 승용차를 몰아 겨우 점심에 참석할 수 있었다.
경제장관들은 총리가 흔히 주재하는 단순한 경제장관 오찬인줄만 알고 왔다가 뜻밖의 경질소식을 들었을 정도로 개각에 대한 보안이 철저했다.
남총리는 물러나는 장관들과 떡국을 같이 들며 1년4개월의 재임기간중 협조해 준데 감사의 뜻을 표하며 참석한 장관들과 함께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
오찬이 거의 끝날 무렵 김용휴총무처장관이 청와대로부터 개각인사지시를 받고 총리공관으로 달려와「마지막 오찬」자리에 합석.
남퇴임총리는 퇴임장관들과 재임기간중의 여러 얘기를 회고하면서 『무엇보다 작년물가를 15% 이내로 안정시킨 것이 큰 다행』이라며 물가안정의 공을 장관들에게 돌렸다.
남총리는 김총무처장관과 퇴임자들의 사표를 모아 청와대로 올라갔으나 때마침 전대통령이 이날 상오 서부전선을 시찰하고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배구대회를 참관중이어서 청와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날하오 4시께에야 최종 재가를 받아 정식통보를 시작.
○…전대통령은 신임 유총리서리를 1일하오3시 청와대로 불러 총리직을 맡아달라고 사전 통고.
이자리에서 전대통령과 유신임총리서리는 함께 새 경제팀의 구성문제에 관해 사전통고와 협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총리서리는 입각대상자들에게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통령과 유신임총리와의 사적인 인연은 전혀 없고 다만 최근에 올림픽유치 관계로 몇차례 대면이 있었을 정도. 이과정에서 전대통령이 눈여겨보지 않았나 하는 해석도 있다.
또 재계인사들이 대통령과 면담하는 기회에 실물경제를 아는 인물로 유총리를 높이 평가한 것도 한 원인이 된 듯하다. 유총리가 어떤 인물이냐, 평은 어떠냐 하는 점에 관해 사전에 각계각층으로부터 면밀한 조사를 했다는 얘기도 널리 퍼져있다.
신임장관들에게 입각권유를 하는 과정도 청와대 공식기구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했다.
○…총무처에 개각작업지침이 내려진 것은 3일 하오4시쯤. 마침 통금해제에 따른 지원 작업을 위해 김장관이하 모든 국장이 나와있어 작업이 순조로왔다.
신임 유총리서리를 비롯해 몇몇 장관에게는 김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상오에 임명장 수여식이 있다』는 것을 알렸고 연락이 안되는 사람은 인사국장이 뒤에 별도로 연락을 취했다.
총무처 인사국은 4일 아침9시에 줄 임명장을 만드느라 야간작업을 했다.
○…신정연휴에 개각이 단행됨에 따라 남총리가 4일 시무식에서 하기로 한 훈시는 유신임총리가 읽게 됐다.
특히 이번 시무식은 전례없이 총리 이·취임식을 겸하게 된 것이 특색.
지금까지 총리가 들어오고 물러나고 할 때는 공식적인 행사가 없이 총리실에서 업무인계를 한 뒤 신구총리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전대통령이 3일하오 퇴임자들의 사표처리를 하면서『남총리는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니 이·취임식을 갖도록 하라』고 김총무처장관에게 지시해 시무식에 앞서 이·취임식을 갖게 됐다.
따라서 재경3급이상 공무원 8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무식을 가진 후 이어 남총리가 이임인사를 하고 신임유총리가 취임인사를 했다.
○…국무총리가 경질되는 국가대사를 휴일에 이래적으로 단행한 이유에 대해 이웅희대변인은 「보안유지」때문이라고 설명.
보안유지에 세심한 배려를 한 때문인지 3일 당직근무를 나온 청와대수석비서관조차 발표 때까지 개각사실을 몰랐을 정도.
심지어 남총리는 31일 청와대를 다녀온 뒤에도 조영길 비서실장을 불러『3일에 정부 각 부처 당직상태를 점검할까 하니 아침에 나오라』는 지시를 했다. 이미 31일 개각통고를 받았으나 퇴임당사자 들에게까지 일체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퇴임하는 어떤 장관은 연초에 신년구상까지 인터뷰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속에 전격적으로 개각이 이뤄지긴 했지만 정·관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사후평가와 경위에 대한 추측이 만발.
민정당의 나웅배의원이 임명된 재무장관에는 당초 금융계의 B씨도 유력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민정당 입김때문에 나의원으로 낙착됐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이범석통일원장관의 대통령비서실장 전임은 전대통령의 통일의지와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의전에 관한 지식과 경험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통일원장관에는 한때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모교수설도 있었다는 것이며 건설장관에도 건설업체의 모기업인이 물망에 올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남총리를 비롯한 퇴임장관들은 해임통고를 받은 즉시 비서진들에게 짐을 싸도록 해 신임장관들이 4일 첫 출근때는 말끔히 정돈된 새 사무실을 쓰게 됐다.
총리실도 의전비서관등이 밤늦도록 이삿짐을 꾸렸고 업무인계를 위한 자료를 정리했다.
개각이 발표되자 조총리비서실장등 총리비서진이 신임총리집을 찾아가 인사를 했고 유총리는 『앞으로 잘 도와달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
○…민정당측은 이번 개각으로 내각안에 당소속 장관이 정종택정무장관과 나웅배·이선기·손재식장관등 4명으로 늘어난데 상당히 만족한다는 태도.
한 관계자는 『의원내각제가 아닌 현제도에서 이 정도로 당원이 입각한 것은 만족스럽다』고 했고 또 다른관계자도 『당주도의 점진적 실현』이라고 평가.
권정달사무총장·이종빈총무·윤석순사무차장 등 당직자는 개각발표직전인 3일하오 5시쯤 시내 모처서 만나△후임총재 비서실장 인선문제 △전국구의원장관의 의원직 처리문제등을 협의하고 봉두완대변인에게 성명을 발표토록 지시. 당직자들은 후임 비서실장을 5일중에 매듭지어 총재에게 천거키로 했다.
민정당측은 개각에 대한 사전암시를 지난 연말께 받았을 것이라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당초 연말께 안동에 내려갈 예정이었던 권정달사무총장이 안동행을 4일로 미루고 신정연휴를 서울서 머물기로 계획변경을 한 것도 이같은 암시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한 관계자는 『창당1주년인 「15일이전에 개각이 있을 줄을 예측했지만 3일단행된다는 사실만은 몰랐다』고 했다.
민정당측은 지난12월 입각예정자로 3, 4명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초가 되면 민정당의원 3명이 빠진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으나 의원중에는 나웅배재무장관만 발탁됐으며 역시 민정당소속인 이선기동자부장관은 총리실에서 당총재비서실장으로 옮긴지 2주일도 채 안된 신입생. 이실장은 31일 중앙연수원을 끝으로 당업무 파악을 끝냈었다.
그러나 당관계자는 『이선기씨가 총리행정조정실장이었으면 과연 장관으로 기용됐겠느냐』고 말해 민정당원의 입각임을 강조.
민정당측은 장·차관의 입당을 아직 극비에 붙이고 있는데 개각직후 나돈 손재신통일원장관의 입당설에 대해서도 한관계자는『모르겠다』고 했으나 한소식통은 『손장관외에는 없다』고 시인.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장·차관의 입당은 『내각의 반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귀띔했는데 현차관 중 2, 3명도 이미 입당했다는 것.
한편 입각한 당소속 의원의 의원직에 대해서「지역구 의원은 겸직하고 전국구출신은 의원직을 사임한다」는 당의 방침을 4일 재확인, 나웅배장관의 의원직은 사퇴키로 결론.
나장관이 의원직을 내놓게되면 김유양총무국장이 승계하게 된다.
민정당측은 민정당원의 다수입각으로 앞으로 당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이선기동자부장관은 『연휴마지막 날이어서 몇가지 볼일을 끝내고 돌아왔더니 집으로 연락이 와 있더라』고 전혀 뜻밖이라고 했다. 이장관은 총재비서실장으로서 청와대에 올라가 전두환총재로부터 당무에 관한 몇가지 지시는 받았으나 입각에 대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영배·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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