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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새 풍속도] 부산 인터넷 동호회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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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쌍용스윗닷홈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풍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살던 아파트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 젖히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 생활을 함께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가 하면 농어촌으로 달려가 부족한 일손도 보탠다. 사랑과 정이 넘치는 아파트 공동체를 소개한다.

부산 지역 대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동호회 바람이 불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이나 입주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동호회를 만들어 생활정보 등을 교환하거나 하자 보수.보완 등 입주민 권리찾기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부산 부암3동 쌍용스윗닷홈의 경우 동호회 회원이 718가구 중 636가구나 된다. 입주 1년 전부터 입주예정자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교류해 온 이들은 지난 4월 23일 상견례를 겸한 잔치를 열어 "이웃사촌의 우의를 계속 다져나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던 주민들이 오프라인을 통한 친목교류로 할동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닥터 아파트(www.drapt.com)에는 부산지역의 경우 현재 48개의 입주예정 아파트의 인터넷 동호회들이 활동중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이 입주 또는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를 검색해 가입을 신청하고 입주자 확인을 받아 회원이 된다. 내년 초 입주하는 해운대 재송동 더샾 센텀파크 아파트의 회원은 1869명이나 된다.

회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입주예정인 아파트의 특징,장점 등을 알려준다. 분양가 문제부터 건설 현황, 단지내 학교 조성, 매매 정보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파트의 단점이나 건설사에 대한 질책과 건의사항 등도 올려놓는다.

센텀파크 동호회의 경우 '센텀파크 이슈방'을 별도로 만들어 아파트 인테리어 정보 등을 교환하고 인근 교통정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회원 이모(38.여)씨는 "동호회를 통해 입주자 사전 점검이나 아파트 시공 등에 대한 정보를 주로 묻는다"며 "아파트 설계에 대한 다른 입주자들의 의견, 주변 지역개발 현황 등 정보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의 권리찾기도 활발하다.공동구매를 통해 가재도구를 싼값에 구입하기도 한다.

부암3동 쌍용스윗닷홈 동호회는 지난해 시공사에 성실한 공사를 당부하는 한편 부실공사 감시단을 만들어 아파트 공사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이 동호회는 최근 '주차장 전면주차의 한계는 어디까지'라는 문제로 주민 대상으로 사이버 설문조사도 하고 있다.

입주자 동호회도 부산지역에 29개가 활동하고 있다. 입주자 동호회는 주로 생활정보를 많이 교환한다.

사하구 장림동 장림동원로얄듀크 동호회(회원 791명)는 주부모임, 조기축구회 등 취미생활을 묻는 글들이 많이 올라있다. 값싸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알뜰장터 정보도 자주 소개된다.

부산참여자치연대시민연대 이열 아파트공동체운동본부 팀장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화된 정보화시대에 나타나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라며 "이런 아파트 사이버 동호회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한번 얼굴 보고 친해졌어요" 쌍용스윗닷홈 동호회 운영 김윤진씨

부산진구 부암3동 쌍용스윗닷홈 아파트의 인터넷 동호회 운영자인 김윤진(40.회사원.사진) 씨는 "인터넷 동호회가 아파트 주민의 공동문화를 만드는 새 매개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입주 8개월을 앞둔 지난해 4월 처음 동호회를 만들었다. 인근 초등학교의 개교가 차질을 빚으면서 입주 예정자들끼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취학 자녀를 둔 30~40대 학부모 회원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지난 4월 입주민들간 얼굴을 익히기 위한 동네잔치를 연데 이어 다음달에는 '아파트 어린이 백일장'을 열 예정이다. 가을께 경로잔치도 계획하고 있다.

"입주 전부터 동호회를 통해 계속 교류를 해 왔기에 입주 후 한 번만 얼굴을 익히면 금세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옆집 아랫집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리는 아파트가 됐습니다."

동호회는 부산은 물론 다른 지역의 동호회와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주로 아파트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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