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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프로」 지나치게 많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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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크리스머스는 이제 종교를 초월한 하나의 축제일이나 명절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크리스머스가 들어있던 지난한주동안 TV 프로그램들이 온통 성탄절 분위기로 흥청댔다해서 굳이 탓할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나다. 12월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한 크리스머스 분위기가 절정에 오른 지난 한주는 여기서도 온통 『메리·크리스머스』사태여서『언제 우리나라가 기독교국가가 된게 아닌가』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기독교도가 아니라 해도 크리스머스의 뜻을 이해하고 세계적인 명절로서 축하하는 것이야 백번 괜찮지만 기독교국가도 아닌 나라의 공영방송들이 이토록 많은 물량과 시간을 쏟아부어 요란한 크리스머스 붐을 조성한다는 것이 기독교도 아닌 많은 시청자들로선 지나치다는 느낌이 드는것을 숨길수는 없다.
○…어쨌거나 성탄특집 일색으로 꾸며진 한 주였던 만큼 괜찮았거나 시시했다거나 하는 얘깃거리도 역시 특집프로에 한정될 수 밖에 없겠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것은 역시 특선영화 『나자렛예수』.
KBS제1TV가 21일부터 24일까지 방영한 이영화의 우수성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게 잘 알려진 것이고 보면 이 필름을 수입해서 나흘동안 연속방영한 기획을 칭찬할만 하다.
다만 예수역에 우리말 더빙을 넣은 성우(김종성)의 목소리가 주는 느낌이 「사랑의 예수」의 이미지와는 많이 동떨어졌던 것이 유감이었다.
성우로서의 감정표현이나 연기력 같은 능력 자체와는 상관없이 소위 보이스 컬러라고 하는 음색과 음감 자체가 냉철하고 정한해서 우리가 갖고있는 사랑과 관용이 넘치는 예수의 이미지에는 걸맞지 않았다.
흔히 외화 더빙에서 문제가 되는 주인공역을 몇몇 인기 성우들이 도맡아 해내는 폐단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좋지만 성우의 음색이 풍기는 개성에도 보다 더한 주의를 기울었으면 한다.
○…성탄절특집 1백분 드라머『우리에게 축복의 기도를…』(KBS제1TV 25일 하오7시20분)은 이제껏 대형드라머나 특집드라머들이 흔히 주던 생소한 느낌대신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흐뭇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물론 작품의 소재가 공군사관학교 재학중 럭비 경기를 하다가 척추를 다친 실재 인물의 실화에 바탕을 둔 휴먼 스토리인 탓이 크지만 주인공 강명훈 소위역을 맡아 해낸 신인탤런트(이구순분)의 열의가 큰 몫을 한 것을 간파할 수는 없겠다.
특히 전신마비가 되어 병상에서 재기의 몸부림을 보이는 얼굴표정만의 연기는 새얼굴이 아쉬운 우리네 TV드라머 현실에서 기대를 걸어봐도 괜찮겠다 싶은 재능의 싹을보여줘 반가왔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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