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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현충일 … 오전 10시 묵념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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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처음에는 나무 뿌리인 줄 알았다. 재작년 9월 강원도 김화 지구 비무장지대. 수색 중이던 7사단 8연대 병사의 발에 걸린 것은 알고 보니 사람의 뼈였다. 더 파헤치자 '대한육군 최병구 0742530'이라는 인식표가 52년 만에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출신의 최병구 일병. 6사단 7연대 소속이던 그는 1951년 10월 15일 김화 지구 금성천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입대한 지 꼭 101일째. 당시엔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최 일병에게는 그 해 12월 3일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됐다.

까마득한 후배 군인들이 발견한 최 일병의 유해는 그러나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육군본부 유해발굴과의 박남수 원사는 "병적기록과 무공훈장 명부를 토대로 양평군과 지역 예비군중대, 최씨 종친회 등에 두루 수소문했으나 끝내 유가족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해는 서울 국립현충원 납골당에 모셔졌고, 훈장은 육군본부 부관감실에 보관돼 있다. 최 일병의 훈장처럼 주인을 찾지 못한 무공훈장은 모두 9만여 개나 된다.

그나마 최 일병은 다행이다.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에는 시신도 없이 전사만 확인된 분들의 위패가 14만4888위나 안치돼 있다. 납골당의 유해 중 6700여 위는 이름조차 모르는 무명 용사들의 것이다.

'우리는 그대들을 잊지 않는다(Not to be forgotten)'. 하와이에 있는 미 육군 중앙신원확인소(CILHI)의 캐치프레이즈다. 우리 육군도 2000년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국군(1013구).북한군.중공군 등 모두 1193구를 발굴했다.

하지만 전국 58곳의 격전지를 파헤치는 엄청난 사업에 고작 3억8000만원(올해)의 예산으로는 숙식비와 굴착기 임대료도 대기 힘들다.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현충일인 오늘 오전 10시 전국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독립투사들과 한국전.베트남전 전몰장병 등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나라답게 만드느라 숨져 간 모든 호국영령.순국선열을 잊지 말자고 울리는 사이렌이다. 그 1분 동안 우리 모두 묵념을 하자. 집에서든 길에서든 유원지에서든,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 준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자.

글=노재현 문화부장,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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