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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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82학년도 4년제대학등록금을 14% 내지 20% 올리기로 했다. 이번 인상으로 국공립종합대학의 신입생등록금은 최고49만7천원이 되고 사립대의 경우 자연계신입생은 59만9천원의 등록금을 내야한다.
모든 물가가 해마다 오르는데 유독 대학등록금만을 묶어둘수는 없다. 더욱이 졸업정원제의 실시로 입학정원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각 대학은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야한다.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대학등록금의 인상이 불가피함을 인정한다.
다만 14∼20%라는 인상폭이 가뜩이나 불황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가계에 주름살이 가게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모든 근로소득자의 자금인상폭을 10% 이내로 억제하고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10% 이내로 잡겠다고 한 정부가 대학등록금, 그 중에서도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20%까지 올린 조치는 얼핏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2년 전에 국공립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연차적으로 낮추고 그 대신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학생들의 공납금을 올려 사립대학과의 격차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바 있다.
이 방침에 따라 금년도 국공립대학 신입생의 공납금은 무려 1백27%가량을 올렸었다. 문교부가 내년에도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20%가량 올리기로 한 것은 이런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제한된 예산의 효율적인 배정이란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발전과 직결되는 교육투자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투자의 궁극적 수혜자가 국가라는 인식이 보편화한지는 오래되었으며, 특히 고급두뇌의 양성기관인 대학교육정책에 수립에 정부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각국이 앞을 다투다시피해서 의무교육의 연한연장에 힘쓰고 대학의 내실화를 위해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세를 신설한 것도 말하자면 이 같은 세계적인 진운과 보조를 같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총예산의 20% 가까운 교육예산외에 초등교육에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요구하는 막대한 재정수요에는 오히려 부족한 감이었다.
이러한 속사정을 짐작하기 때문에 대학등록금의 인상이유는 일단 수긍은 하지만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대부분의 부담을 학부모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안역한 착상이다.
국립대학은 국가가 재단이므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재단인 정부의 당연한 책무인 것이다. 재단이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보다는「수익자부담」이란 구실 밑에 해마다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교육의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장학금의 확충과 아르바이트의 적극 알선으로 좀더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의 자체조달과 등록금의 부담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고무해주는 일이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현재 국립의 경우 30%이고 사립의 경우 20%에 이른다지만 공납금의 부담에 비해 장학생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보다 많은 대학생들이 장학금의 혜택을 입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법인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도 장학금을 내면 조세 감면이 되도록 하는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국공립대학의 계속적인 공납금인상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사학과의 부담불균형시점이라든지, 국고부담을 줄이기 위한 발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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