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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 벌어졌던 동맹관계 틈새 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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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윤광웅 국방장관(右)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4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안에 '개념계획 5029'를 보완.발전시키기로 했다. 제4회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4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양국은 이 개념계획을 행동 프로그램인 '작전계획 5029-05'로 격상하기 위한 협의를 하다 한국 측이 올 초 이를 중단시켰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이날 "양국은 개념계획(CONPLAN) 5029를 작전계획으로까지 만들지는 않지만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보완 및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신 공보관은 "국방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한.미 군사위원회(MC: Military Committee)에 전략지침을 주고, 그 지침에 따라 양국 합참과 한미연합사령관이 개념계획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MC는 한.미 합참의장 사이의 군사회의며, 전략지침은 MC의 결정을 연합사령관에게 내리는 지시다.

윤 장관과 럼즈펠드 장관의 이날 합의로 한.미 동맹 관계에서 우려됐던 틈새가 상당 부분 메워질 것 같다.

이 때문에 오는 10일 있을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회담은 한결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개념계획 5029는 양국이 북한 정권 붕괴 또는 난민 탈출 등 급변사태와 관련한 군사적인 대비책으로 1999년 작성됐다. 한.미는 2003년 이 개념계획을 올해까지 작전계획 5029-05로 전환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다 올 들어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한국 측 주장에 따라 논의가 중단됐다.

양국이 보완 및 발전시키겠다는 새 개념계획은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군사조치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입체 퍼즐을 맞추듯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구체적인 대비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보완.발전될 계획을 MC와 국방장관의 안보위원회(SC)에 넘기지는 않기로 했다. 작전계획화의 마지막 단계를 남겨둔 것이다.

한.미가 작전계획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북한은 과거에 작성된 또 다른 대북 프로그램인 '작전계획 5027-05'를 비난해 왔다. 한국 쪽 일각에서 나온 주권 침해 주장도 고려했다. 작전계획화의 마지막 단계를 빈 난으로 두어 양국의 정상이 정치적인 판단을 할 여지를 남겨 놨다.

동시에 한.미 동맹 차원에선 작전계획에 근접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의 불만도 누그러질 것이다. 미국 측은 정부 간 합의와 작전계획을 동맹의 근간으로 생각해 왔다. 상세한 개념계획을 개발하는 데 5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협의가 중단되기 전에 계획했던 대로 올해 안에 보완작업이 완성될 전망이다.

이 보완작업이 완료되면 양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합의에 의해 작전계획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한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의 기조연설에서 윤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국방장관이 북한 핵 위협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는 처음이다.

싱가포르=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국방장관 회담 합의 내용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보완.발전

▶이는 국방부가 전체 지침을 수립, 한.미 군사위원회(MC)에서 협의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공감

▶미국 측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한국 측도 평화적 해결을 확신한다고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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