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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웨딩 사진 변천사

중앙일보

입력

 웨딩 사진에도 유행이 있다. 웨딩 촬영이 처음 시작된 1990년대 초에는 야외 촬영이 중심이었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실내 세트 촬영이 강세였다. 최근에는 장소가 한층 다양해졌고 포즈나 의상도 자유롭다. 두 사람만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이야기를 담아 촬영하고 해외 명소로 촬영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웨딩 사진의 20여 년 변천사를 알아봤다.

"스튜디오 대신 셀프 촬영 하고 자연스러운 컨셉트 선호 나만의 웨딩 스토리 만들기도"

1990년대 초 > 덕수궁·공원 등 야외에서 촬영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부와 신랑이 막대기처럼 뻣뻣한 포즈를 취한다. 얼굴에선 옅은 미소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신랑·신부도 마찬가지. 배경만 다를 뿐 획일화된 포즈와 표정은 변함이 없다. 바로 1980, 90년대의 웨딩 사진 속 신랑·신부의 모습이다.
 80년대 이전의 웨딩 사진은 결혼식 날 예식장에서 촬영하는 것이 전부였다. 웨딩 촬영이 시작된 것은 90년대부터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신랑·신부가 결혼식 바로 전에 웨딩 촬영을 진행했다. 결혼식 당일 오전에 웨딩 촬영을 하고 오후에 결혼식을 올리는 식이다. 주로 예식장 근처 야외에서 이뤄졌다.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광을 활용한 것이 특징. 덕수궁과 창경궁, 용산 가족공원이 인기 장소였다. 식물원·대공원·한강 공원·갈대밭과 같은 야외 공간에서 촬영을 하는 신랑·신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간의 제약이 많아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결혼식 당일 촬영하는 것에 시간적·정신적인 부담을 느끼던 신랑·신부도 많았다.

1990년대 중반 > 야외보다 실내로, 리허설 촬영의 시작
 웨딩 사진을 담아 한 권의 포토북을 제작하는 ‘웨딩 앨범’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다. 촬영 무대가 야외에서 실내로 이동하면서 웨딩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스튜디오가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김보하(더써드마인드 대표) 사진작가는 “앨범 형식으로 나오다 보니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웨딩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고, 신랑·신부들에게는 웨딩 촬영이 하나의 중요한 스케줄이 됐다”고 말했다.
 90년대 중반 실내 촬영은 오브제가 거의 없는 깔끔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무늬와 패턴이 없는 배경 앞에서 신랑·신부가 취하는 포즈만으로 진행됐다. 9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스튜디오들은 공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세트에 유럽풍의 클래식한 소품이나 오브제를 갖춘 스튜디오가 늘어났다. 2000년대 초까지 스튜디오 세트는 마치 중세 유럽의 궁전이나 대저택, 앤티크한 공원을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시기 웨딩 사진 속 신랑·신부는 유럽의 귀족이 된 것처럼 우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2010년 > 스튜디오에 따라 컨셉트를 달리하다
 2000년대 들어서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웨딩 촬영의 범위가 넓어졌다. 모던하고 심플한 컨셉트는 기본이고 클래식·캐주얼·빈티지까지 웨딩 스튜디오 업체별로 자신만의 컨셉트를 내세웠고,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80, 90년대에 유학이나 이민을 통해 해외 거주 경험을 한 바 있는 세대들이 한국에 들어와 결혼식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부터 웨딩 사진 트렌드에 변화가 생겼다. 외국의 결혼식 문화를 접한 이들의 취향은 웨딩 스튜디오의 세트를 보다 자연스럽고 심플하게 만들고, 사진의 컨셉트도 다양하게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08년부터 방영된 스타들의 가상 결혼생활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다. 스타 커플의 웨딩 화보 촬영 현장이 방송을 타면서 스타일리시한 화보가 주목을 받았다. 스타 커플이 선택한 스튜디오 역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웨딩 화보 촬영이 늘고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반인들도 감각적인 사진, 화보 같은 사진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컨셉트는 다양해졌지만 획일적인 배경과 포즈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건 여전했다. 아침 일찍부터 메이크업을 받고 청담동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찾아 어색하고 어려운 포즈를 취하면서 모델처럼 종일 사진을 찍는 것도 부담이긴 마찬가지였다.

2010년~현재 > 파파라치컷·셀프 촬영까지 다양하게 진화
 최근 스튜디오 대신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고용하거나 셀프 촬영을 하는 커플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려한 드레스보다 심플하고 단정한 원피스나 시폰 소재 원피스를 준비하고 의미가 담긴 소품 등을 활용해 직접 웨딩 사진을 찍고 그 과정 자체를 추억으로 남기기도 한다.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 장소도 스튜디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처음 만난 곳이나 데이트할 때 자주 갔던 곳 등 커플만의 추억이 어린 장소, 공원·강변 등 야외 공간에서 내추럴한 컨셉트로 촬영하길 원하는 신랑·신부가 많다. 펜션·별장 등을 빌려 지인을 초대해 파티를 열면서 촬영을 하는 이벤트 형식의 웨딩 촬영을 하기도 한다.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신혼여행지에서 화보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의 사진을 연출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처럼 누군가 멀리서 찍어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파파라치컷도 인기다. 어색한 포즈와 표정을 취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특히 선호한다. 웨딩잇 김미예 대표는 “요즘 신랑·신부는 개성 넘치면서도 실용적인 웨딩 촬영을 선호한다”며 “길거리에서 데이트 스냅샷을 찍기도 하고 의미가 깃든 장소나 갤러리 같은 공간에서 스냅샷과 화보 촬영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웨딩 스토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글=한진·유희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더써드마인드·카마·라리·화이트아프리카" 스튜디오, 라비두스 하우스웨딩, 웨딩잇,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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