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연 의원 "이 총리 경거망동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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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정부.여당의 갈등이 감정 싸움을 넘어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3일에는 여당 내에서 이해찬 총리에 대한 공격이 나왔다.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이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있으며, 총리로서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이 총리가 전날 서울대 행정대학원 강연에서 "(대통령) 측근.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시기"라며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 건 해야겠다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고 한 데 대한 반발이다. 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무특보를 지냈으며, 호남 출신 인사 중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도 "대통령이 '가족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총리가 측근이니 사조직이니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광재 의원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면 측근"이라면서도 "아직 검찰에서 (유전 관련) 개입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총리가 이렇게까지 말해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경남지사 출신의 김 의원은 현재 대통령 경제특보를 맡고 있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이 총리의 이번 발언을 측근 그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에서 쏟아진 청와대 인적쇄신론과 맞물릴 경우 대통령의 레임 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앞당길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증명하듯 염 의원은 이날 "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권력을 누린 실세 중의 실세고, 측근 중의 측근"이라며 "대통령의 측근들은 '악역'을 맡은 죄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염 의원은 "정권의 레임 덕을 가져오려는 불순한 기도에 총리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고도 했다. 청와대 출신 등 여당 의원 상당수도 마뜩잖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정무2비서관을 지낸 김현미 의원은 "총리가 군기를 잡으려 했는지는 몰라도 약간 '오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총리는 '측근' 얘기로 편을 가르기에 앞서 당정 협의가 잘 되게 가교 역할부터 하라"고 공격했다.

반면 이 총리에 대한 옹호론도 만만치 않았다.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은 "어떤 권력, 어떤 정부든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부당하게 내세우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혹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여권이) 상처를 받게 되는 만큼 대통령 측근일수록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선병렬 의원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야파로 분류되는 문학진 의원(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고민하던 상황"이라며 "총리가 시의적절한 말을 했다"고 반겼다.

양비론도 나왔다. 오영식 의원은 "총리 발언의 표현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고, 당 지도부에서 곧바로 격한 반응이 나온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총리나 염 의원이나 둘 다 제정신이냐"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 총리 측은 염 의원 등의 비판에 "할 말 없다"로 일관했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로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총리가 오래간만에 옳은 말"=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총리가 오래간만에 총리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형님.오른팔.동지.선생님.은인까지 총동원된 부적절한 관계.처신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라며 "이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총리답게 한 말씀 잘했다"고 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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