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밖」에선 「맹물」…한국프로복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 프로복싱은 묘하게도 홈링에선 강한데 적지에 뛰어들면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우물안 개구리』라는 명예롭지 못한 닉네임이 붙어다닌다.
특히 일본에서의 대전에 더욱 약해 올해는 오욕의 극치를 이룬듯하다.
올해 일본에서 일본선수와 가진 타이틀매치에서는 2연패. 지난해까지 합치면 치욕적인 6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패배는 복싱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관한한 일본과의 대결에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인 국내 팬은 물론 67만 재일교포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족하다.
지난 2월3일 동경 고오라꾸엔(후악원)에서 벌어진 WBC플라이급 타이틀매치는 올해 첫 한일전으로 기대가 컸으나 이내 실망으로 응어리지고 말았다.
챔피언 「오오꾸마·쇼오지」에게 도전한 박찬희는 5회까지 일방적 우세를 보이다 이후 체력이 달려 결국 역전패하고 말았다.
이밖에도 8월3일 서울에서 열린 WBC플라이급챔피언 「안토니오·아벨라르」(멕시코)와 김태식, 9월14일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WBA주니어밴텀급 챔피언「구스타보·바야스」와 배석철의 타이틀전은 모두 KO와 TKO로 한국복서가 패퇴, 무너졌다.
올해 치욕의 극치를 이룬것이 지난 16일 센다이(선대)에서 WBA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김환진이「도까시끼·가쓰오」를 맞아 보여준 무기력한 졸전. 급기야 팬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김은 일생 일대의 이 결전을 앞두고 1개월 3일전에 결혼식을 올리는등 챔피언으로선 경솔한 행동을 보였다.
김은 적지에 건너가 체중조절이 어려워지자 복서로선 금물인 사우나탕을 드나들며 감량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타이틀전 전날 김이 배가 고픈 나머지 불고기 2인분과 스테이크 1인분을 먹어치우자 「도까시끼」의 「가네히라」매니저는『챔피언벨트는 우리것이다』라고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 있기까지 하다. 어렵게 이겨 쉽게 내버리는 한국챔피언들. 이 치욕적인 톱니바퀴가 언제나 멈출것인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