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에 요즘 무슨 일이…] 열린우리 청와대 인적쇄신 연일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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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국무총리(右)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여권이 소란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집권 3년차 현상을 경계하면서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 발호를 막아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마지못해 비판을 참는 분위기다. 여권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4.30 재.보선 패배에 이은 지지도 하락과 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 국민의 안보 불안감 등이 정국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것인가로 모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연일 청와대.정부를 조준 사격하고 있다. 1일 의원들이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 데 이어 2일엔 당 지도부가 정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문희상 의장은 2일 이해찬 총리가 참석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당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자영업자.재래시장 대책 등이 일방적으로 추진됐으며,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사려 깊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문 의장이 너무 세게 말씀하셔서 저까지 나서면 정부가 벌컥 뒤집힐 것 같다"며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국민은 정부뿐 아니라 당에도 책임을 묻는다"고 말에 가시를 넣었다.

이목희 당 제5정조위원장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당정 합의를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뒤집었다고 힐난했다. 이 위원장은 "당정이 3월 응급의료기금 존치.강화에 합의했는데 지난달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아무 말도 없이 폐지를 발표했다"고 흥분했다. 오영식 원내 대변인 등 당 재래시장지원점검단 소속 의원 6명도 성명을 내고 "인위적인 재래시장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총리는 "(자영업자 대책은)정부가 더 다듬어야 한다"며 물러섰고, 행담도 문제는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오버했으며 각종 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기구의 시스템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가 당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지적엔 "여당 의원들 간의 견해가 달라 부처가 기준 잡기 어렵다고 한다"며 책임을 당으로 돌렸다.

이에 앞서 1일 의원들은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당이 아닌 청와대" "당의 개혁.실용 논쟁에서 위기가 온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실수를 연발해 위기가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문 의장이 주재한 비공개 만찬에서였다. 어떤 의원은 "청와대가 너무 이상적이고 무능하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흥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와대.정부가 연루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이 '범여권 공동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영업자 자격증제 도입 등 반발이 큰 정책을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도 큰 부담이다. 당내에는 '청와대.정부를 마냥 감싸다가는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10월 국회의원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도 의식해야 한다.

핵심 당직자는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제2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천.신.정'은 2001년 '정풍 운동'을 통해 인적 쇄신을 요구했었다. 또 다른 주요 당직자는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레임 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odinelec@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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