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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이라면 귀 솔깃해지는 소비자 … 오펠이 '페북 마케팅' 나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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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너럴모터스(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은 2012년 4월 페이스북을 통해 한 달 뒤 신차를 발표한다고 알렸다. 외관은 공개했지만 모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동차 스스로 이름을 공개할 것이라는 아리송한 메시지만 전했다. 오펠의 페이스북 페이지 방문자는 게시글을 친구와 공유하기 시작했고, 함께 모델명을 예측하기도 했다.

 한 달 뒤인 5월 8일 오전 6시 30분, 오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동영상이 게시됐다. 자동차 한 대가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을 상공에서 촬영한 것으로, 그 경로는 알파벳을 그리고 있었다. A.D.A.M. ‘아담’이었다. 이름을 맞추거나 틀린 방문자 모두에게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디지털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오펠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연 것은 2010년이지만 타 업체와 마찬가지로 적극 활용하지는 못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모회사인 GM은 오펠을 매각하려하기도 했다.

 돌파구를 찾던 오펠은 마케팅 전략을 점검해 보기로 하고, 자동차 구매 행태 변화에 주목했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해보니 TV 광고도, 영업사원도 아니었다.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인의 추천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전략 수정이 필요했다.

 오펠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오펠은 사용자를 서로 연결해주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가 입소문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봤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약 40%의 시간을 뉴스피드를 확인하거나 답글을 다는데 쓴다. 또 지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65%, 답글의 39%가 뉴스피드에서 이뤄진다.

 오펠은 아담 출시처럼 얘깃거리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디지털 입소문’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또 방문자가 직전에 방문한 웹사이트를 분석해 그저 재미로 둘러본 방문자인지, 자동차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이용자인지를 구분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마케팅 인프라를 갖춰 나간 것이다.

 오펠의 페이스북 팬은 최근 50만 명을 돌파했다. 오펠에 뒤 이어 경쟁업체도 속속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을 찾아내는 것도 혁신이다. 오펠의 혁신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영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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